자연 증가분만도 못한
예산을 두고
‘최초 17조’ 넘었다고
자랑할만할까?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예산이 17조3574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16조 8767억원 대비 4807억원 증가한 액수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애초 정부가 제시한 17조 2785억원보다 789억원 증액된 액수다. 증가율로 따져보면 2022년보다 2.8% 높아진 수치다.
이를 두고 농식품부는 사상 최초로 17조원을 넘겼다고 홍보한다. 이같은 농식품부의 평가를 들여다보면,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이번 예산안을 홍보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된 표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농식품의 표현대로라면, 앞으로 정부의 예산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라 농식품부 예산도 줄어들지 않을테니 매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은 항상 ‘사상 최초’라고 아니할 수 없다. 
때문에 농식품부의 이같은 홍보는 보통 예산의 자연 증가분보다도 낮은 농식품부의 예산 증가를 가리기 위한 왜곡된 정보 전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확정된 ‘2023년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은 638조 727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607조 7000억보다 5.1% 증액된 액수다. 그리고 참고로 5.1%는 자연증가분이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은 자연증가분에도 훨씬 못미친다는 이야기다. 
예산은 정부가 한 해 쓸 수 있는 돈이다. 그래서 총지출액이라고 한다. 돈을 쓰려면 들어와야 하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총수입이라고 한다. 
정부는 세금 등을 통해 돈을 확보하고, 모자라면 빚을 내거나 돈을 찍어서 쓰기도 한다. 예산이 커진다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결국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그만큼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 정부는 기업이나 가정과 달리 생산‧판매를 하거나, 노동을 제공해서 직접 쓸 돈을 벌지 않는다. 
정부가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방법이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 그리고 물건을 사고 팔 때마다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등 국민이 내는 세금 수입, 외국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 등의 세외 수입, 국민연금 등 각종 기금을 굴려서 얻는 기금 수입이 그것이다. 이 중 제일 큰 항목은 세금 수입이다.
예산이 증가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예산 증가는 바로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 등 정부가 걷어들이는 세금의 자연 증가금이 예산에 반영되면서 그 증가분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만큼이 농식품부에 배정됐다는 것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농식품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런 예산을 가지고 농식품부는 올 사업 슬로건으로 ‘멈추지 않는 농업 혁신, 미래로 도약하는 K-농업’을 내세웠다.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새로운 농촌공간 조성 및 동물복지 강화 등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등 농업의 공익 기능을 강화하고, 생산성 향상, 농촌공간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주거지역과 산업 지구 등을 구분하는 제도 등을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식량자급률을 상승세로 전환시켜 2027년까지 55.5%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곡물의 국내 생산과 비축을 확대하고, 해외 곡물 공급망을 확충하다는 것이 요지다.
전체 곡물 수입 물량의 3.5%에 불과한 현재 61만톤인 국내 기업을 통한 곡물 수입을 올해 70만톤, 2027년 18%인 3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식량안보를 위한 농식품부의 계획을 살펴보면 2021년 44.4%인 식량자급률을 2023년 48%로 높이고 2027년 55.5%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인데, 정작 곡물자급률을 1%P 올리기 위해서는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지, 그렇게 하면 식량 안보가 얼마나 튼튼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공염불로 끝날 소지가 다분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식량 자급률 목표와 달성치를 보면 식량자급률을 높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2017년 목표치는 57%였지만, 달성치는 2017년 48.7%에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져 2020년엔 45.6%까지 오히려 떨어졌다. 곡물 자급률의 경우, 겨우 20%를 넘은 20.2%에 불과했다. 
이렇게 목표치 달성이 실패한 이후 식량자급률 현실화를 이유로 농식품부는 2022년 목표치를 대거 낮춰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노력의 부족인지 아니면 구조적 문제인지 정확한 판단도 나온 것이 없다. 
“정부가 고시를 통해 발표하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공약(空約)’과 다름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 정부가 내놓았던 목표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이번 정부의 식량자급률의 목표치도 공언(空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농지 활용이나 해외농업 개발에 관한 인지가 구체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이고 막연한 지원만으로는 그동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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