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전국 대부분 한돈농장이 지난해에 8대 방역 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다수의 농장이 구조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농식품부는 ASF 방역을 명분으로 설치를 의무화했다. 
8대 시설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자 지금은 “농장의 시설 운영에 미흡함이 있다. 전실을 설치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농가의 방역의식 고취가 필요한 실정이다”라고 왕왕거린다. 농장들은 몇천만 원이나 들여 8대 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억울하게도 ASF 발생 원인은 농가 때문이란 소리를 듣는다. ‘농가 탓’ 풍조는 2000년 경기도 파주 구제역 발생 이후 20년 넘게 변한 것이 없다.
농식품부는 8대 시설 중 폐사체보관시설 의무 설치 기간을 올해 연말까지로 유예했다. 이 기간 동안 폐사체 수거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에 이 시스템이 갖춰질까? 과연 이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운영될까?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모르는 폐사체를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옳은 일인가?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농식품부는 보관시설을 설치하고 업체를 통해 폐사체를 수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가장 효율적인 차단 방역은 사람과 차량의 농장 출입을 자제하는 것이다. 수거 차량이 폐사체를 싣고 농장들을 다니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축질병을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폐사체 처리 방법 중 수거만 고집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폐사체 랜더링 업체가 전국에 30개 가량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를 보유하지 못한 시군 소재 농장은 타시군 업체에 폐사체 수거를 의뢰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권역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 할 경우 돼지와 가축분뇨 등의 권역 밖 이동을 통제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폐사체도 장기간 이동하지 못한다. 
또 랜더링 업체의 운영상 이유, 자연재해, 수거 차량 기사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폐사체 수거가 미뤄질 수 있다. 해당 시군에 폐사체가 넘쳐나면 인근 시군 폐사체 처리는 늦어질 수 있다. 농식품부가 폐사체보관시설 설치만을 고집해선 안되는 이유다. 
처리 비용도 문제가 된다. 최재혁 대한돈협회 선임팀장은 “랜더링 비용은은 kg당 500~900원으로 일부 지자체는 비용 일부를 보조하고 있지만 보조사업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며 “수거처리가 의무화될 경우 랜더링 업체들이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비용을 올릴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업체는 골짜기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농장의 폐사체 수거를 꺼리거나 몇 배의 비싼 처리 비용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폐사체 수거 시스템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농장들은 폐사체보관시설을 설치하고, 그렇지 않은 농장은 폐사체처리기를 설치하면 된다. 또 이보다 더 신속하고 안전한 제3의 폐사체 처리 방법이 개발되면 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농장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처리 방법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농식품부는 오직 폐사체 수거만을 고집하고 있다. 농장 사정과는 무관하게 한가지 방식만 고집하는 경직된 정책보다는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단언컨대 천편일률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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