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정부 정책은 진중해야 한다. 정책에 따라 현재와 미래가 좌우되기에 가벼울 수 없다. 
우리네 삶과 직결돼 있어 그 무게가 천금과 같다. “아니면 말고” 같이 일단 던지고 보는 식의 간 보는 정책은 사라져야 한다.  
예컨대 최근 농식품부가 추진한 오리계열사 살처분 비용 부과를 놓고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진중치 못하고 가벼워서다. 몇 년 전에도 거론됐던 오리계열사 살처분 비용 부과는 위헌 소지가 있는데다 오리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실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자체들도 ‘부적용’ 의견을 전달할 만큼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희박한 정책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농식품부가 또 다시 되풀이한다. 의도는 뻔하다. 길들이기 전략이다. 오리계열사에게 살처분 비용을 부과하게 되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지만, 안 된다고 해도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또 오리산업 종사자들이 거세게 나오면 못이기는 척 슬그머니 없던 일로 물리면 된다. 농식품부 입장에선 손해 볼게 없는 방역정책이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강력한 반발에 오리계열사 살처분 비용 부과는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지만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농식품부 눈치를 본다. 한껏 움츠려들었다. 길들이기에 절반쯤은 성공한 모양새다. 
이렇게 농식품부가 던져보고 저울질하는 정책을 들고 나올 때마다 오리산업은 흔들린다. 실제 실행여부와는 관계없이 오리산업 종사자들의 피로도가 가중된다. 겨울철 사육제한처럼 공권력을 동원해 독단으로 강행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오리계열사 살처분 비용 부과는 부당한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고병원성 AI 확산을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라 포장해도 결국 오리계열사와 오리농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희생을 자양분 삼은 방역은 의미가 퇴색된다. 오리산업을 위축시키는 가벼운 협박성 정책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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