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우려 속 ‘전망 밝다’ 대기업 참여 붐

롯데푸드·CJ·풀무원 등 진출
스타트업, 배양육 개발까지
식물성 단백질 주원료 사용
효모 등 곤충단백질도 활용

다양한 식품첨가제가 불가피
‘건강하다’ 인식은 잘못된 것
미국·유럽선 ‘고기’표기 금지
정부, 막연한 지원 삼가해야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최근 식품업계의 트렌드는 식물성 단백질과 비건 식품이다. 콩고기, 식물성 햄버그 패티 등이 관심 받으며 대체육이 부상했다. 2000년대 들어 식품공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 육즙과 식감이 크게 개선된 대체육이 시장에서 판매·유통되고 있다. 대체육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다. 
축산업에서는 대체육 확대를 경계하고 있으며, ‘대체육’이라는 용어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전통축산과 대체육에 대한 개념과 영역에 대한 구분·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대체육의 역사
‘대체육’은 대체단백질 식품을 의미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기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다. 대체단백질은 동양권이 시초다. 
인류 최초의 대체단백질인 ‘두부’를 비롯해 템페, 세이탄이 대표적이다. 
대체육이 급성장한 계기는 1973년 유가폭등으로 인한 세계 식량위기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콩 단백질을 이용한 조직화단백질 제조가 주를 이뤘다. 
1970년~1980년대 매년 개최되는 미국 식품과학회 전시회에서 콩 단백질로 만든 인조게맛살, 튀김닭고기, 베이컨 등 각종 대체육 제품이 출시됐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는 콩고기를 압출 성형한 만두속이 개발되면서 식품제조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 주요 국가별 대체육 시장
미국은 채식주의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대체육이 고기와 식감이 비슷해지면서 인지도가 상승했다. 최신 기술이 뒷받침되며 식감, 맛, 육즙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대체육기업인 비욘드 미트는 2020년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141% 급등하는 성장세를 보였는데, 코로나19가 일등공신이었다. 안정적인 물류 공급과 운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2020년 3월에는 18% 성장을 예상했으나, 불과 두 달 만에 255% 이상 폭발적으로 대체육 판매가 늘어났다. 
여러 전문가들은 대체육 성장세는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미국 육류시장의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한다. 한편, 미국 축산업계는 대체육 업체를 상대로 주정부에 청원을 제기해 현재 25개 주에서 대체육을 ‘고기’라고 표기할 수 없고, ‘인조고기’라 표기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락다운을 거치며 대체육 판매가 늘어났다. 대체육 주요 소비층은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젊은 세대로 조사됐다. 영국 슈퍼마켓 시장 1위 기업인 테스코는 최근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대체육 시장은 상당하다. 채식주의자만 5000만 명 이상 추정되고 있는데, 2014년 이후 매년 33.5% 이상 성장하며 2018년 기준 10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중국의 사회분위기도 대체육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다. 불교·도교의 종교적인 영향으로 전통적으로 채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데다, 글로벌 대체육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대체육 관련 제품들의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다.
대두단백질로 만든 ‘대두가라아케’, ‘낫또미트’ 등이 출시돼 인기를 끌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국내 대체육 시장 
국내 대체육 시장은 아직까지는 미성숙 상태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롯데푸드, CJ, 풀무원 등 대기업 식품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배양육 등 제품이 연구·개발 중이며 일부 제품은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대체육을 포함한 대체단백질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유제품 음료, 대체육, 크림, 요거트, 버터, 치즈 순이다. 콩, 밀 등 식물성 단백질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효모 등 균체단백질과 곤충단백질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 대체육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기대치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5대 유망식품 육성을 통한 식품산업 활력 제고대책’(2019년),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2020)은 대체육을 육성 대상으로 선정하고,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기재부, 농식품부, 식약처 3개 정부기관들의 전 방위적 지원이 확실시됐다. 특히 농식품부의 경우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2025년까지 5개년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에는 총 212억 원 규모의 9개의 신규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해 진행 중이다. 

 

# 국내 축산업계의 반응
대체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축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만의 반응이 아니다. 북미육류연구소는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대체육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정부의 가이드라인 설정을 요구했다. 미국과 유럽의 축산업계는 식물성 고기에 ‘고기’라는 단어사용 금지법안을 주장했는데, 미국 25개 주에선 대체육을 ‘고기’라고 표기할 수 없다. 더불어 대체육이 기존 전통축산물에 비해 ‘건강하다’는 인식이 올바른지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대체육 기업 비욘드 미트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의 성분에서 포화지방과 칼로리가 전통육류에 비해 높거나, 제조과정에서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코코넛 오일 등 다양한 식품첨가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배양육에 대한 국내 축산업계의 반발은 식물성 대체단백질보다 거세다.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나온 동물성 단백질이다. 어떠한 대체단백질보다 첨단기술이 집약되고 있으며,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성장세가 비약적이다. 우선 배양육은 제조과정에서 안전하지가 않다. 대표적인게 배양액에 사용되는 ‘혈청’이다. 여러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소태아 혈청을 대체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영양소 혼합물이 추가되면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항생제에 대한 안전도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기 색을 내기 위한 첨가제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GMO(유전자변형생물)다. 또 배양육 연구에는 막대한 정부 지원이 소요되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함에도 국내에선 아직까지 이러한 부분을 합의한바 없다. 따라서 국내 축산업계는 배양육을 비롯한 대체육에 대한 합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정확한 대국민 정보 전달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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