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연말 선물세트가 수입 농산물로 구성된 것과 관련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00% 중국산 땅콩에 100% 미국산 호두였다”면서 “이것이 윤 대통령이 바라는 미래의 식탁이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1981년부터 연말마다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전달하는 대통령 명의의 선물세트는 행정안전부가 구성해서 보낸다. 

 

농민을 하인 대하듯


이 때문에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0‧29 이태원 참사에 이어 이번 수입 농산물 선물 사태의 총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실 이같은 사태와 관련 가장 분노하고 반발해야 하는 것은 야당이기 이전에 농민을 대표하는 농업 관련 생산자단체들이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탄하는 성명 하나 발표했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그러니 정부는 이 같은 일들을 되풀이하고도 마치 아무 일도 아닌 듯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이번에도 행정안전부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직업 재활을 지원하고자 관련 시설에서 만든 견과류 세트를 선택했는데 원재료에 외국산이 포함됐다”면서 “앞으로 제품 원산지 확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변명했다. 
원산지만 확인하면 가능한데 뭘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변명도 변명 같지 않은 두리뭉실이다. 사실은 “먹거리에 국내산 외국산 무슨 구별이 있느냐”고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일부 농업 관련 단체들을 보면 지금 농민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제 역할을 정작 다하고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관련단체협의회는 갈라지고, 단체장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한 대정부‧대국회 설득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마치 직업인양 자리에 연연하는 모양새다. 
언제부터인지 협의회나 단체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무슨 농업관련 고위직에 내정되거나 임명되면, 농업에 딱 맞는 인물이라며  ‘환영’ 성명부터 내보낸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 농업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따져보지도 않는다. 작은 경력을 크게 부풀리고 마치 농업을 위한 맞춤형 인물이라도 되는양 호들갑이다. 
그렇게 환영부터 받은 사람들은 단 몇 개월만에 지방자치단체 선거 출마로 떠나고, 독선적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축산인들로부터 ‘농정 독재’라는 평가도 받았다. 
협의회의 이름을 빌어, 보고 있기도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일부 단체의 이러한 행각은 정작 농식품부와 국회를 들락거리며 공무원과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단체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시킨다. 이들 단체의 장들은, 그 자리가 관련 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곳으로 그것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자리라고 인식하기보다는 뭔가 누리는 자리쯤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단체를 관변단체로 바꾸고 권력의 해바라기 역할이 자신들의 역할쯤으로 여긴다. 그러한 그들의 행태는 농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동냥질로 왜곡시켰고, 그 때문에 공무원들은 마치 자신들이 주인인양 농민을 하인대하듯 하대할 뿐이다. 

 

이미 심각단계 넘어


농업 정책을 자로 재듯 책상머리에서 거리낌 없이 수립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집행하고도 두려워하거나 눈치보지 않는 것도, 그들이 얼마나 농민과 농업을 무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농업에 대해 이렇듯 무개념이니 축산업에 대해서도 나을리가 없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가 확정발표한 ‘2023년 탄력관세 운용계획’이 딱 그렇다. 
물가안정을 이유로 적용 중인 긴급 할당관세를 닭고기는 3월 말까지, 돼지고기‧계란가공품은 6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한다. 할당관세가 적용되면 관세 부담이 낮아지면서 수입품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국내산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약화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적용되어온 할당관세는 무관세로 수입된 축산물이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일부는 적용 전과 가격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할당관세 적용은 소비자에게나 축산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통업체들만 이익을 봤다는 결론이다. 
할당관세 연장 조치의 일환으로 정부는 1월 중 스페인산 계란 121만개를 시범 수입한다. 또 향후 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 수입도 검토한다는 것이다. 
양계협회가 ‘대책 없는 계란 수입 절대 반대’란 성명을 내고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도 가격 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미국산 계란을 수입했다가 다 팔지 못하고 폐기 처분해 1500여 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경험이 있는 정부다. 
상황이 이 정도면 이건 양계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이같은 무개념은, 오늘은 양계업에서이지만 내일은 양돈이거나 한우이거나 오리산업-물론 지금 모든 산업이 같은 경험을 겪고 있지만-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농축산업에 대한 무개념은 축종이 분리돼 각각 대응해서 될 만큼의 그저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심각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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