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후 ‘전 정권지우기’에만 몰두
‘개혁 원년’ 내세웠지만 농업은 패스
환경 어렵기는 농축산업도 마찬가지
희생 강요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고
물가 이유로 무관세수입 뻔뻔함까지
외국산 축산물 시장 장악 앞장선 꼴
이대로라면 국내 축산업 다 죽을 판
축종 따지며 ‘각자도생’ 길 노력 한계
범축산업 연대해서 권리를 되찾아야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최근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보면, 그토록 지우고 싶고 그래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밀어부친 ‘문재인 정부 지우기’는 많은 무리수를 낳았다. 
그 많은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청년들의 한탄만은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축산업에 대한 무관심은 더 심해졌다. 
지난 21일 신년 업무보고 및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방점을 찍었을 뿐 농촌의 농, 축산의 축자도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를 비롯 세계 경제의 악화라는 위기 상황을 기회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계의 부실화를 막고 산업의 고도화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당면한 도전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친기업 정책을 펼쳐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전 국민이 골고루 ‘떡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농축산업을 포함한 수출에 기여도가 낮은 산업들에 대한 존재가치는 폄하될 대로 폄하된 상황이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타 산업들은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수출 위주의 산업 정책은 얼핏 박정희 정부 시절을 연상케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화물연대의 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계의 개혁을 부르짖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보면 전두환 정권의 잔인성까지 닮아보인다. 
화합과 소통은 없고 일방적인 상명하복의 이같은 ‘맹목(盲目)’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만일 농축산인들이 이전처럼 생존권 수호라는 기치를 내걸고 거리로 뛰쳐나올라치면 ‘불법’이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재난’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타도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타 산업계가 그렇듯 이제 농축산업도 단단한 밧줄의 옥죄임에 묶였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태는 공무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당연한 각종 의무를 마치 ‘선심’으로 착각하게 하는 우를 범하게 한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빗나간 선민의식에 농축산인들이 길들여지면 이번에는 자신들이 주장해야 할 권리를 ‘동냥질’로 스스로 폄훼함으로써 자긍심이 아니라 비굴함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계 설정은 어디에서 오나? 그것은 자신들의 꿈을 자신의 힘이 아니라 남을 통해 이루려는 게으름과 편리함과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 
자기 농장의 환경 개선에서부터 해충 박멸에까지, 축사 개선에서 주변 청소에 이르기까지 남의 손을 빌려야만 하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주장하고 권리를 쟁취하려면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실천과 연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농가와 농가가, 농가와 생산자단체가, 농가와 농협이 그리고 생산자단체들 간의 유기적 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 국가 경제의 침체 속에서의 축산업의 위기는 결코 기회로 삼을 수 없다. 
고금리 시대의 도래,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 불안을 틈타 수익을 내려는 투기자본들의 유입, 환율 불안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각종 기자재 가격의 폭등 등 이 모든 위기가 2023년 계묘년 벽두부터 한꺼번에 밀려온다. 
여기에 축산물의 수급과 가격의 불안, 소비시장의 급랭과 고령화되고 정부의 확고한 육성대책 부재는 오히려 국내 축산업의 주춧돌을 흔들고 있다. 
툭하면 물가 상승의 요인을 농축산물에 덧씌우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외국 축산물을 그것도 무관세를 앞당겨 수입하는 정부의 행태는 이미 국내 축산업의 육성이라는 의무감이 없다. 
외국 축산물에 국내 축산물 시장이 장악되던 말던, 그 외국산 축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관심도 없이 그저 국민들이 싼값에 배만 채우면 되기에 건강한 삶은 관심 밖의 일이다.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는 최근 소값이 하락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2025년까지 2만 호 이상이 폐업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3년 이내, 현재 9만호에 이르는 한우농가가 6만호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5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부터 폐업이 속출하고, 이는 한우 산업 생산 기반 붕괴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연구소는 한우 지육 가격이 2만 7000원이 넘어서야 순수익이 발생하며, 이보다 낮은 수취가격일 경우에는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균 사육 마릿수 5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의 생산비는 평균보다 7.7~16.2% 높은 수준으로 적자 폭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정책연구소가 추정하는 50마리 미만 농가의 적자폭은 마리당 무려 3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태도를 보면, 이는 환경 개선에 의지가 없는 고령화된 농가의 자연스러운 도태로 볼 공산이 크고, 이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농촌 개혁의 빌미로 활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지금 정부는 그토록 농가들이 반대해 오고 있는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의 물꼬를 터 그것을 ‘농촌의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축산업계에는 또 다른 위기일테지만,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밀어부칠 잔인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전기업화된 농가들은 살아남겠지만, 지금 축산업계가 서로 축종을 따져가며 연대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그때가 되면 더 많은 노력과 눈물과 땀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축산인들이 서로 개인화되어 각자도생하며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과의 소통 없이 힘과 권력으로 우격다짐하는 정부에 끌려가면 축산인들의 ‘부농의 꿈’은 한낱 허상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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