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

규제 위주 AI방역정책 재정립 할 때

처벌기준 강화에도 지속 발생
원인 재분석 새로운 방안 모색
사육 제한 6년째지만 별무효과
농가 소득만 줄어 산업 뒷걸음

살처분·이동제한 지속 여부가
올 수급·산업 방향 결정질 것
시설 현대화 농가 자체 한계
정부 특별보조사업이 필수적

국내 오리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최근 축산부분 주요 축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리 생산액은 2008년에 1조 원에 첫 진입한 이후 2011년 생산액은 1조3966억 원으로 전체 농림업 분야 생산액 중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HPAI 등의 여파로 오리생산액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 사육제한 올해로 6년째 시행
오리산업은 육계산업과 유사하게 계열화사업 비율이 95%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오리의 생산구조는 육계에 비해 그 시작과 발전이 더딘 관계로 사육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AI 발생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또 AI에 감염되더라도 임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관계로 AI 확산의 원인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도 H5N1형 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AI가 주기적으로 계속 반복 발생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정부는 가금농장 특히 오리농장에서의 AI 예방을 위한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2017년 겨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오리농가 사육제한 사업은 올해로 6년째 시행중에 있다. 수년 전부터 연중 오리의 일제 입식 및 출하와 함께 AI 특별방역대책기간 중에는 오리 출하 후 입식제한기간 14일 준수가 의무화됐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AI와 강화되는 각종 AI 방역조치들로 인해 오리농가들의 소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오리생산량과 오리산업 발전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 일부 지자체, 추가적인 사육제한 강요 
지난 10월 17일 경북 예천군의 종오리농장에서 H5N1형 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AI가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어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 11월 8일 첫 발생 이후 2022년 4월 7일까지 가금농장에서 H5N1형 AI 발생은 총 47건을 기록했던 반면 금년도는 발생시기가 3주 가량 빠르고 바이러스의 병원성도 강해 불과 56일 만에 42건 발생을 기록하고 있다. 충북, 충남, 경기, 전북, 전남 등 전국적으로 발생 중이다. 
현재까지 가금농가 AI 발생 42건 중 오리가 24건으로 57.1%이고, 이중 육용오리에서 발생이 17건, 종오리가 7건이다. 전국 오리농가수가 닭 농가수 대비 10배가량 적은 점을 감안하면 오리에서의 AI 발생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매년 겨울철마다 AI의 위험지역에 속해 있는 전국의 30%에 해당하는 200여 오리농가들은 비록 어렵지만 정부의 휴지기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AI가 추가 확산추세를 보임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가들에게 추가적인 사육제한을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농가와 계열업체들에게 사육제한에 추가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AI가 발생할 경우 살처분 처리비용 50%를 부담하겠다는 각서 작성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AI 발생 시 오리의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최소 1km에서 나주, 영암, 무안, 함평지역의 경우 2km까지 추가적으로 살처분하고 있는데, 향후 농식품부의 위험도평가 결과 이보다 강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AI 발생 반경 10km 이내 오리농가들은 신규 입식이 금지되고 있어 이미 철새 포함 100개 이상의 방역지역이 설정된 상황에서 오리의 공급 상황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오리 입식을 금지해 AI를 예방하려 한다는 불만 섞인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발표하는 오리 도매가격은 12월 9일 현재 kg당 5335원으로 AI 발생이전인 2022년 9월 평균 4211원 대비 26.7% 인상돼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 내년 오리생산량 대폭 감소
이제는 무엇보다도 현재 발생 중인 AI가 얼마나 장기화되는지, 사육중인 종오리 등이 얼마나 살처분되는지, AI 발생으로 인한 방역지역들의 이동제한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가 내년도 오리고기 수급과 오리산업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와 유럽 등 세계적으로 AI 발생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오리산업은 현재 원종오리의 초생추를 해외에서 수입해 사육 및 종오리를 공급하는 체계다. 문제는 원종오리 초생추를 수입하는 영국에서의 AI 발생이 계속되고 있어 지난해 11월 수입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도 원종오리 초생추 수입은 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원종오리 사육마릿수는 약 2000수(D라인 기준)에 불과해 평년 사육마릿수 약 8000수에 비해 현저히 적고 대부분 고주령이어서 이미 종오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도 원종오리 초생추 수입 국가를 영국에서 독일로 대체해 오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원종오리 초생추를 순차적으로 4회 수입할 계획에 있다. 
한편, 2022년도 종오리 생산(공급)량은 약 36만 수이었던 반면 2023년의 경우 이보다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어 상당수의 종오리 초생추 수입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금년도 오리 도축마릿수는 연말까지 약 6000만 수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3년의 경우 현재의 AI 발생 상황과 종오리 수급상황만을 고려해도 오리생산량은 이보다 대폭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 새로운 해결방안 모색
AI 예방을 위해 농가들에 대한 각종 규제와 처벌기준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발생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그 원인에 대한 재분석과 함께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이에 오리협회에서는 오리농가 대부분이 하우스형 가설건축물 축사를 보유한 상황에서 방역친화형 축사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오리협회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국 911호 오리농가 중 76.3%인 695호가 가설건축물 축사를 보유 중에 있다. 
바닥에 왕겨를 수시로 보충해줘야 하는 관계로 사람과 기계가 축사에 매일 출입할 수밖에 없고, 단열에 취약해 새끼오리를 별도의 육추사에 사육 후 다른 축사로 이동(분동)시키는 것이 외부에서 지적하는 AI 방역상 취약요인이다. 이제는 수십 동의 축사를 연동형 축사 또는 고상식으로 개편해 축사의 출입빈도를 줄이고, 사양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방역시설의 확충도 필요하다. 

 

# 사육제한 보상금 시설자금으로 전환
오리농가들의 소득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따라서 오리농가 자력으로는 현대화사업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므로 축사시설의 현대화를 희망하는 농가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특별 보조사업이 필수적이다. 다만 신규 예산이 마련돼야 하고, 축사 개축을 위한 각종 건축규제 등의 한시적 유예도 필요한 사항이므로 정부차원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제는 오리농가 사육제한 사업을 단기간 내 목표를 정해 종료하고, 매년 지출되고 있는 사육제한 보상금을 시설자금으로 전환함으로써 농가들이 떳떳하게 오리를 사육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AI의 예방차원에서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폐업보상 대상 축종에 오리를 추가함으로써 위험지역 내 오리농가가 폐업을 희망하는 경우 충분한 폐업보상을 실시하고 사육밀도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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