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


봉군 소멸 전국 확대…절체절명의 기로에



꿀벌 실종 전체농가 80% 이상 피해
기후변화·농약 중독 등 추정만 무성
인과관계 명확하게 규정되지도 않아
다양한 가능성 고려 깊은 연구 필요

꿀벌 사라지면 화훼·과수농가로 불똥
생태계 먹이사슬 무너져 인류는 멸종
공익적 가치 인정 ‘직불제’ 도입해야
양봉산업 육성 중장기적 대책 마련도

 

# 꿀벌 실종, 전국으로 확산
2021년 제주, 경남, 전남 등 남부지역에서 시작된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2022년도에는 채밀기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정확한 원인 규명과 정부의 대책이 절실한 국내 양봉농가들의 하소연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협회가 파악한 바로는 올 들어 전국적으로 ‘꿀벌 실종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2~3년 전부터 간간이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보고됐지만 2021년 제주와 전남, 경남 등 남해안 일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서서히 북상하면서 2022년도에는 전북, 충남, 경북, 경기,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협회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양봉농가 대부분인 80% 이상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피해농가의 벌통 중 60% 이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꿀벌 실종 원인은 ’이상기온‘
그러나 꿀벌이 사라지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후변화, 응애 등 병해충 극성, 말벌피해, 농약중독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기관이나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꿀벌이 천적인 말벌의 공격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됐다면 사체가 남아 있겠지만 벌통 안이나 주변에 흔적조차 없는 것도 미스터리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으로 이상기온을 꼽고 있다. 
벌이 꿀을 모으지 않는 겨울엔 일반적으로 벌통 안에 머무는데, 기온 상승으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얼어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꿀벌의 먹이가 되는 꿀을 지목하기도 한다. 꿀벌이 가장 중요한 영양원인 꿀을 제대로 먹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저항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벌은 꿀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가지만, 꿀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 벌이 외부 병원균에 노출되면서 저항성 약화로 죽는 경우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벌에 기생하는 응애나 다양한 병원균 감염, 그리고 과도한 농약에 노출돼 벌의 생식체계에 이상이 발생해 떼죽음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추정만 할뿐 아직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은 상태인 만큼 보다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인류 생존에 커다란 위협
문제는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양봉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이 사라지면서 과일, 채소류 생산은 물론 사료작물 등의 번식과 생장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토대가 무너지면 인류 생존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는 것이 지구온난화 못지않게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꿀벌의 실종이 문제가 되는 것은 꿀벌이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꿀벌은 꽃의 수술에서 꽃가루를 묻혀 암술로 옮겨 열매를 맺도록 해주는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작물 가운데 63%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특히 아몬드는 꿀벌 없이는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고, 사과와 블루베리도 꿀벌 의존도가 90%에 이른다.
꿀벌의 대붕괴 현상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이후 유럽 일부와 브라질을 거쳐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목격됐다. 꿀벌 붕괴현상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생충, 바이러스, 농약, 기상 악화, 휴대전화 전파, 살충제, 이스라엘 급성마비바이러스(IAPV) 등이 이유로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 2023년, 양봉산업 극심한 시련 예고돼
2023년 금년, 우리 양봉인들이 겪어야 할 힘든 시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 협회에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국회, 학계 등 관련 기관, 단체에 우리 양봉업계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호소하면서 그 대책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재해인정에 따른 농가보상지원 등 봉군소멸피해 대책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양봉농가직불제 시행 △양봉산업 발전 기반인 벌꿀의무자조금 도입 △보다 근본적인 꿀벌 병해충 구제 △벌꿀등급제 시행을 위한 협회검사소 공인인증기관 지정 △다양한 밀원수 조림 △양봉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 등 우리 양봉산업 발전을 위한 단기적인 대책과 중·장기적인 대책을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가는 재난수준인 꿀벌 소멸피해에 대해서 당연히 보상을 해주어야 하고, 소중한 우리의 꿀벌을 지켜나가는 양봉농가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우리 양봉농가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것들에 대해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양봉인들은 힘을 한 곳으로 모으고 더 키워 우리 양봉농가들의 더 큰 권익보호를 위해 대한민국 양봉 대표단체인 우리 한국양봉협회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우리들의 권익은 우리들이 지켜나가고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른 어느 누구도 나서서 우리들의 권익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우리들이 한 목소리로 큰 힘을 키울 때만이 우리들의 몫은 더 커지는 것이다.
양봉인 모두가 똘똘 뭉쳐 나가면서 이 시련을 견디고 극복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지금의 암울하고 긴 터널을 신속하게 뚫고 지나 우리 양봉인들의 환한 내일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봉군소멸 피해로 인한 양봉산업 존망(存亡)의 위기를 계기로 우리 국내 양봉인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이를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적인 도약을 할 수 있는 2023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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