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민원’이 뭔가요?”…이웃과 상생하는 현장

횡성한우 지역 대표 축산물
‘생산주역’이라는 자부심 속
“더 발전시켜 지역사회 공헌”
소신 갖자 자연히 ‘청정’ 눈길

편견 깰 ‘깨끗한 농장’ 만들기
철저한 소독·해충 박멸 구슬땀
ICT 접목 ‘스마트 팜’도 도입
문제 발생 시 즉각 조치 가능

도 최초 한우 동물복지 인증
방목하면서 소 스트레스 해소
번식 장애 예방 효과 덤으로
각종 기부 ‘이름 없는 천사’에

전민석 황고개농장 대표
여물을 먹고 있는 소들
여물을 먹고 있는 소들

 

운동장에 방목한 소들.
운동장에 방목한 소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정겨운 고향의 냄새’는 옛말이다. 전국 곳곳에서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축산농가와 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깨끗한 사육환경을 조성해 이웃과 상생하려는 농장주들이 늘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소재 황고개농장을 찾았다.

 

# 40대 후반 입문한 늦깎이 축산인

전민석 대표(65)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40대 후반의 다소 늦은 나이에 축산에 입문한 늦깎이 축산인이다.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그는 IMF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지난 2000년 11월 이를 과감히 접고 현재의 농장 부지인 강원도 횡성에 둥지에 틀었다.

처음부터 소를 키운 것은 아니었다. 아무런 연고 없이 무작정 내려온 터라 초기엔 건설현장 막노동과 일용직, 더덕농사 등을 지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이곳에 정착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 2006년 암소 2마리로 한우 사육에 발을 들였다.

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문외한이었기에 양축가로서의 기초를 다져나갔다. 이후 차근차근 마릿수를 늘려 170마리까지 규모를 키웠다.

‘횡성’하면 ‘한우’가 떠오를 만큼 ‘횡성한우’는 지역의 대표상품이라는 것. 이를 더욱 발전시켜 지역사회에 일익을 다 하겠다는게 그의 포부였다.

       

# ‘깨끗한 축산농장’ 운영 결심

막상 농촌에 정착했지만 축산인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돈을 벌면서 주변에 민폐만 끼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축산인들과 비 축산인들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민석 대표는 “가축분뇨 악취와 냄새, 지저분한 축사 환경 등으로 인해 축산농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며 “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웃들과의 상생을 위해 깨끗한 농장을 운영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빗자루질이었다. 전민석 대표는 축사 주변과 인근 도로의 낙엽과 지푸라기 등을 청소하고 축사 내 거미줄은 수시로 걷어내는 등 깨끗한 환경 조성에 앞장 섰다. 또한 매주 수요일 ‘축산환경 개선의 날’에 맞춰 일제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질병 매개체인 파리와 모기 등 해충 박멸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황고개농장은 지난 2015년 HACCP 인증에 이어 2017년에는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 통합 스마트팜 시스템 도입

전민석 대표는 농장에 ICT를 접목하는 등 효율적인 축사 운영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축산과학원의 통합 스마트팜 시스템 ‘우리농장’ 프로그램을 농장에 도입하는 등 축사 환경과 설비를 정보통신기술(ICT)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전민석 대표는 “핸드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농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언제, 어디서든 파악할 수 있다”면서 “농장에 문제 발생 시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황고개농장은 △환풍기 △안개분무기 △CCTV △전등 △지붕 개폐 △윈치 커튼 등 농장에 설치된 모든 설비 기계들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온습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황화수소 △날씨 등 농장 환경과 함께 사료빈의 중량과 레벨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전민석 대표는 “스마트팜은 가축에게 최적의 사육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를 통해 노동력 절감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강원도 최초 ‘동물복지’ 인증

이에 그치지 않고 황고개농장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최초로 한우 부문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인증받았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은 △가축의 건강 △급이·급수 관리 △사육환경 △사육시설 △사육밀도 △질병관리 등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엄격한 서류 및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 인증을 획득하게 된다.

황고개농장은 2021년 동물복지 인증 지원사업 및 동물복지 축산 컨설팅 지원사업으로 약 1년여간의 체계적인 준비 끝에 강원도 최초로 한우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위해 전민석 대표는 소들에게 별도의 운동장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소들을 운동장에 방목하고 있다”는 전민석 대표는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놀다 보니 소들의 스트레스가 적다”면서 “햇볕을 쬐고 운동량이 늘다 보니 번식장애 예방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롯데백화점 지정 한우농장

이같은 황고개농장의 성적이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황고개농장은 3년 전 일괄사육에서 번식전문으로 방향을 틀고 사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된 송아지는 팔고 3산 이상의 암소는 비육해서 출하하는데 1++ 10%, 1+ 30%, 1등급 50%, 2등급 10% 등 우수한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전민석 대표는 ‘한우 교배계획 길라잡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개체별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암소의 개체번호와 보유정액·판매정액을 일일이 대조해 유전력을 바탕으로 최적의 정액을 선택하는 한편 근친교배가 되지 않도록 근교계수가 낮은  정액을 사용한다. 다만, 초산인 암소의 경우 난산의 위험이 있는 만큼 냉도체중이 작은 정액을 선택해 전담 인공수정사가 인공수정을 실시한다.

아울러 인공수정 2개월 뒤에는 반드시 임신감정을 실시해 임신이 안 된 개체들은 다시 수정을 실시하고, 암소의 신체충실지수(BCS)를 체크해 개체별 사료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사육된 한우는 ‘횡성한우’ 브랜드를 달고 롯데백화점에서 독점 판매된다.

 

# 지역사회에 기부 및 봉사

전민석 대표는 지역에서 ‘이름 없는 천사’로도 정평이 나있다. 소를 키우며 지역사회에서 받은 혜택에 대한 보답으로 다양한 기부와 봉사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전민석 대표는 황고개농장이 소재한 우천면사무소에 매년 발전기금과 후원물품 등을 기탁해오고 있다. 처음 몇 년 간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남모르게 선행활동을 펼쳐 지역신문에 ‘이름 없는 천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또 매년 횡성군 사회복지관에 성금을 꾸준히 기부해오는가 하면, 지역사회보장협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소외계층을 발굴해 지원하고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기부와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고향을 떠나 횡성에 자리 잡은지 20년이 넘었다”며 “이제 횡성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와 후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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