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과 토끼고기 접목…부농의 꿈 실현

판로 없어 중간상에 휘둘려
본인만의 유통망 확보 노력
사육부터 가공까지 ‘원스톱’
상주 감껍질 고기육질 향상

내장 미생물 발효한 액비는
주변 과수농가에 무료 제공
‘냄새 민원 버릴 것도 없고’
배 대표, ‘토끼사관학교’ 꿈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사육과 가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경북 상주 ‘감먹은 토끼농장’의 비결이다.

사육에서부터 가공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시스템으로 토끼고기 판로를 단번에 해결했다. 여기에 경북 상주의 특산품 감을 토끼에 접목시키며 감먹은 토끼농장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리코펜 성분이 풍부한 감과 기름기 없이 담백한 고단백 토끼고기가 만나며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보양식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토끼농장을 15년간 운영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배문수 대표의 결과물이다.

 

# 사육만으론 답 없다 

배문수 대표와 토끼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복무 경험을 살려 마도로스로 외항선을 탔던 배 대표가 고향인 상주에 정착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고향에서 인생2막을 준비하던 중 지인을 통해 토끼농장을 알게 됐는데, “번식이 빠르고 사육도 쉬워 초보 귀농자도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에 토끼농장을 차렸다.

처음은 순조로웠다. 토끼 6마리로 시작했던 것이 1년 반이 지나자 200마리로 불어났다. 3개월이면 출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중간상들이 임의대로 후려치는 가격이었다.

토끼농장은 마리당 일정금액을 받고 중간상들에게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마리당 거래되는 가격은 1만5000원이지만 중간상들이 가격을 3000원~5000원 싼 가격으로 매입해도 토끼농장들은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마땅한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배문수 대표는 사육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중간상을 거치지 않는 본인만의 유통망 확보에 몰두했다.

 

# 토끼브랜드 ‘감먹은 토끼농장’

본인이 키운 토끼를 직접 유통하기 위해 ‘상주토끼곰탕’을 개점했다. 가든형 식당인 상주토끼곰탕은 오로지 토끼고기만 취급하는 토끼고기 전문점이다. 토끼고기 단일품목만 취급하는 전문점인데다, 농장과 식당을 함께 운영해 신선한 토끼곰탕을 즉석에서 제공한다. 

특히 2012년부터 감 껍질을 토끼에게 먹인 것은 ‘신의 한수’였다. 경북 상주는 국내 감 생산량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감과 토끼를 활용한 배문수 대표의 독특한 전략이 지난 10여 년간 이어지면서 국내 토끼산업에서 사육부터 가공, 유통까지 아우르는 유일 무일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메뉴와 유통에도 차별화를 이끌었다. 

쉐프로 활동 중인 큰 아들과 서비스업계에 종사하고 있던 둘째 아들을 영입한 것이다. 

토끼곰탕에 이어 1인가구를 겨냥한 토끼영양죽과 토끼탕수육 등을 출시해 메뉴를 다양화했고, 온라인 판매 활성화로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했다. 게다가 특허출원한 토끼중탕(토끼진액)은 원기회복과 환자용 영양음료로 각광받으며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현재 감먹인 토끼농장은 사육하고 있는 토끼를 중간상의 도움 없이 전량 소진·유통하고 있고, 매출 대부분이 온라인 주문으로 이뤄진 비대면 유통 판매다. 

 

# 토끼사육은 이렇게 

감먹은 토끼농장은 100평의 축사에 토끼 700여 마리를 사육한다. 

3층 높이 고상식 케이지에 깔끔한 축사 바닥관리는 기본이다. 보름에 한 번만 분뇨를 청소하면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처리가 손쉬운 편이다. 분뇨처리 핵심은 미생물과 고초균이다. 경북도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받은 미생물과 고초균을 500:1로 물과 희석해 분뇨에 뿌리면 냄새는 저감되고 발효숙성을 촉진시킨다. 이렇게 숙성된 토끼분뇨를 퇴비장에 가져다 놓으면 인근 경종농가에서 비료로 사용하고 있다. 

사료에 섞는 감 껍질도 무작정 많이 준다고 좋은 건 아니다. 배문수 대표가 지난 수년간 행하며 밝혀낸 최상의 조합은 급이 하는 사료 대비 감 껍질 5% 함유다. 

마리당 최대 180g 이상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감 껍질 성분에는 비타민 등이 풍부해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나 변비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토끼내장을 미생물로 발효한 액비는 주변 과수농가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경북도 농업기술센터에서 검증해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농가에서 사용해보니 감 색깔이 뚜렷하고 당도도 좋아 인기다. 

배문수 대표는 “토끼는 냄새민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버릴게 하나 없다”며 “고기는 식용으로, 토끼 귀는 동결 건조해 애완동물 간식으로 사용되며 가죽은 퇴비, 내장은 식물영양제로도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 나의 목표는 “토끼사관학교 설립” 

배문수 대표는 현 특수가축협회장이기도 하다. 2017년 협회장으로 선임돼 지난 5년간 토끼농가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문수 특수가축협회장의 말에 따르면 전국에서 토끼농가는 100농가도 채 안 되는 미약한 수준에 불과한 소규모 축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회장은 토끼산업은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적은 자본으로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시작할 수 있으며, 질병에도 강한데다 토끼고기를 꾸준히 소비하는 수요층이 있기 때문이다, 

또 토끼고기가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건강식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토끼산업 종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토끼산업은 사장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문수 회장은 “토끼고기 유용성을 널리 알려 토끼고기 소비가 확대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토끼산업이 활성화돼야 신규농가 진입도 이뤄지고, 이에 따른 정부의 지원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토끼사양관리부터 가공, 유통 등 토끼산업 전반적인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며 “학계, 생산자, 정부와 함께 향후 토끼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토끼사관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 회장은 “여러모로 미약한 토끼산업의 여건을 보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맞다”며 “당장 꼭 설립할 수 없다하더라도 내가 아니면 내 아들이, 손자가 반드시 토끼사관학교 설립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2023년은 계묘년 토끼띠해”라며 “신년 초에만 반짝 주목받는 토끼산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토끼산업으로 한걸음 껑충 뛰어오르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