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한해를 마감하는 12월 어느 날. 50대 중반의 한돈농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7대 방역 시설에 대한 푸념을 늘어놨다. “7대 방역 시설이 질병 유입은 어느 정도 막을지 몰라도, 돼지를 키울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한탄했다. 이어 “돼지를 2~3주에 한 번씩 이동시켜야 하는데 전실 때문에 번거롭고 골치가 아프다. 살아있는 돼지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작자(?)가 만든 정책임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지속적인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설이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대한한돈협회를 중심으로 한돈농가들은 7대 시설 중 일부는 양돈장 운영에 큰 불편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내부울타리와 전실이 그 대표적인 시설로 권장 사항으로 수정하고, 방역 효과가 높은 외부울타리, 입·출하대, 돈사간 이동로 소독 등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농식품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7대 방역 시설 설치 과정에서 가축질병 바이러스가 확산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한돈농가는 “많은 농가들이 7대 시설 설치 과정에서 새로운 질병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한다. 우리 농장도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모성질병 때문에 농장성적이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가축 질병에 비교적 자유롭던 양돈장의 관리 체계가 무너지는 등 농장성적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내용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부분 양돈장이 전문 시설업체에 7대 시설을 세트로 의뢰했다. 농가에서 하나하나씩 시설을 설치하는 일이 쉽지 않아 시설 전체를 맡긴 것이다. 이럴 경우 비용은 다소 비싼 편으로, 모돈 100마리 규모에 50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그러나 농가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업체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규정에 맞는 표준화된 시설을 갖출 수 있다. 
문제는 한 업체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양돈장을 다니며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가축 질병이 확산됐다. 또 다른 한돈농가는 “7대 시설 설치 인력용으로 전용 장화를 준비했지만, 2일 정도 사용한 후 3일째부터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신발을 그대로 신고 작업을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7대 시설 완공 후 2개월 만에 농장에 PRRS, PED, 폐렴 등 복합 질병이 한꺼번에 확인됐다. 그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실시한 PRRS 유입 방지 노력이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한 축산 컨설턴트는 “농식품부가 7대 시설 설치를 통해 국내 양돈장들의 방역 체계가 흔들린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한돈농가들은 ‘농식품부가 7대 시설을 농가 꼬투리 잡기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해당 농장이나 인근에서 구제역·ASF 등 해외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7대 시설 운영 실태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 삭감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장 여건상 7대 시설을 설치하지 못한 일부 양돈장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정책자금 지원 제외, 외국인 근로자 배정 대상 제외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컨설팅 등을 지원해야 한다. 
2023년 계묘(癸卯)년 새해가 밝았다. 정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가 규제는 대폭 줄이고, 지원·육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한돈농가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왕 설치한 7대 방역 시설을 충분히 활용해 생산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를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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