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숱한 이야기를 남겼지만 우리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안와골절을 당하고도 검은 안면 보호대를 쓰고 대한민국의 축구를 16강의 반열로 이끈 손흥민과 5번의 월드컵 출전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조국의 품에 안긴 리오널 메시의 ‘국민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정신일 것이다. 

 

성공, 숱한 좌절 결실


성실함과 겸손함 그리고 주변을 살피는 손흥민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아버지 손웅정 씨와 함께 만들어간 것이라면 리오넬 메시의 성공은 숱한 삶의 좌절을 이겨내며 홀로 체득한 것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는 그들의 성공을 그들의 주변과 조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만큼은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리오넬 메시가 우승컵을 거머쥐고 모든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을 그의 ‘라스트 댄스’라고 여겼던 생각을 깨고 “능력이 있는 한 다음 월드컵을 도전하겠다”고 이야기한 내막을 아는 이는 별로 없는 듯하다. 
메시는 어릴 때부터 형들과 공을 차며 놀았다. 네 살 때 아빠에게 축구를 배웠고 여섯 살에 동네 클럽에 들어갔다. 재능은 뛰어났지만 유달리 작은 키는 걱정이었다. 결국 10세 때 소년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을 받았다. 그의 첫 번째 좌절이었다.
가난한 살림에 호르몬 치료도 받기 어려웠던 그를 보고 그의 재능을 발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급히 식당 냅킨에 쓴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렇게 소년은 2001년 14세 때 스페인으로 유학을 갔다. 그때부터 꾼 가장 큰 꿈은 월드컵 우승이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35)는 “어릴 적 꿈이 이뤄졌다”며 “나는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지만, 전 세계 축구선수들이 평생을 갈구했던 모든 상이란 상을 거머쥐었던 그는 20년 간 5번을 출전한 끝에 이번에야 비로소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그의 마지막 꿈을 이루게 해 준 동료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그의 월드컵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전까지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에 나갈수 없는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2016년 메시는 죄책감과 많은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두 번째 좌절이었다. 

 

진정한 영웅이라면…


그때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의 조그만 시골마을의 초등학교 여교사가 메시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는 삽시간에 아르헨티나는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결국 메시는 생각을 바꾸어 6주 만에 대표팀의 복귀를 선언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리오넬 메시에게…
당신은 아마 이 편지를 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축구팬이 아닌 한 사람의 교사로서 당신에게 편지를 전합니다. 
나는 비록 교사이긴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향한 아이들의 존경심은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결코 미치지 못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영웅이 포기하는 모습을 지금 보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지치게 만든 일부 아르헨티나인의 어두운 면을 나도 잘 압니다. 그러나 대표팀의 은퇴는 당신을 욕하고 깎아내리는 이들에게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처럼 승리에만 가치를 두고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무시하는 어리석음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기는 것만이 우선이고 유일한 가치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아르헨티나 어린 아이들이 인생 목적은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당신이 어린 시절부터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며 오늘의 메시가 되었는지를 잘압니다. 
성장 호르몬 결핍이라는 희귀병을 앓은 당신이 어린 나이에 고통스러운 주사를 얼마나 맞으며 자랐는지를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은퇴하면 이 나라 아이들은 당신에게 배웠던 노력의 가치를 더 이상 배우지 못합니다. 
지금 당신처럼 단지 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를 한다면 오늘도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당신을 이야기할 때 당신이 얼마나 멋지게 축구를 하는지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프리킥으로 단 한 골을 넣기 위해 당신이 이같은 장면을 수천 번이나 연습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우리 모든 팬들이 당신에게 승리와 우승만을, 트로피와 메달만 바라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라고 경기에서 지는 것이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주세요. 진정한 영웅은 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영웅이라면 이길 때는 같이 이기고, 질 때도 혼자가 아니라는 진리를 알려줘야 합니다. 당신이 우리나라를 대표할 때만큼은 리오넬 메시가 아닌 아르헨티나 자체라는 마음으로 대표팀에 남아 줬으면 합니다. 
결과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우승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세요. 
진심을 담아서, 비알레 초등학교 교사 요아나 푹스”
40줄에 들어설 메시가 다음 월드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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