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여전…한해 마무리

2022년은 우리에게 있어 역사적으로 크게 각인되는 한 해로 남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가운데 세계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원자재 시장은 수급 불안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에너지 및 비료 가격 폭등,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생산 부진에 곡물 시장은 애그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여건 속에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흑해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곡물 가격은 순식간에 폭등했다.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곡물 수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대표적인 옥수수, 소맥,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이어서 이번 전쟁으로 인해 곡물 시장은 물론 유지작물 시장이 받은 타격은 메가톤급으로 강력했다. 애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렸던 2012년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소맥의 경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9.7포인트를 찍으며 1990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주요 국가들은 식량 안보를 위해 앞다퉈 곡물 수출 통제에 나섬에 따라 세계 식량 위기론이 제기되었으며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상황은 점점 더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었으며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 등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분주한 노력을 펼쳤다.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에 있던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8월부터 흑해에서의 곡물 수출이 재개됨에 따라 상황은 상당히 호전되었으며 곡물 가격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11월 말로 흑해 곡물 수출 협정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내년 3월 말까지로 기간이 연장됐다. 일부 국가들이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곡물 생산 실적이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의 곡물 생산 전망은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자 곡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가격으로 회귀했다. 
곡물 시장의 내년 판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낙관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와 같은 가격 폭등은 발생하지 않겠으나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해나가겠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관건이며 이 점이 계속해서 곡물 시장을 뜨겁게 달구게 될 것이다. 남반구의 수확 시즌과 북반구의 파종 시즌이 맞물리는 내년 봄과 혹서기 북반구 주요 국가들의 생육 상태에 따라 곡물 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도 세계곡물시장 브리핑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2023년 계묘년에는 좀 더 밝고 활기찬 소식들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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