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일정한 규칙에 의거하여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가 옷을 만들어 추위를 면하게 해 주었고 어떤 사람에 의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져 굶주림에서 탈피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은 한 장의 달력이 달랑 붙어있다. 이 한 장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사연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경영자는 가용되는 자원을 잘 활용하여 목표를 상회하는 수익을 내기도 하겠지만 어려운 기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여 곤경에 처하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초(年初)에 세운 계획을 달성하거나 아니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기도 한다. 겨울이 혹독하게 추운 사람도 비일비재하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그리고 기초수급자 등 소외계층은 12월부터 시작하여 추위가 가시는 봄까지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지구상에는 연중 열대지방이 있고 내내 추운지방이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아열대 기후지역이 있지만 추운기간에는 너나할 것 없이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코가 시리고 귀가 시린 사람들이 아직도 즐비하다. 서울 등 전국 32개 지역에서 연탄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매년 10∼12월 3개월간 기업체 등의 후원을 받아 한 해 700만 장의 연탄을 기초수급자 등에게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연탄후원이 원활하지 않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고 호소 하고 있다. 연탄 한 장은 800원, 무게는 3.65kg이지만 연탄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생존의 에너지임에 틀림이 없다.
연탄은행이 지난해 32개 지역 연탄은행 현장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전국 연탄 가구는 8만1721가구이며 이 중 독거노인이나 장애가정 등 소외계층 가구가 44%인 3만5966가구로 가장 많았고, 기초수급자 또한 30%인 2만4810가구로 조사된 바 있다. 아마도 계속되는 대내외적인 경기침체로 후원의 손길이 확연하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뜻한 난방을 자랑하는 아파트가 수십억 수백억 원이 간다는 얘기는 800원 연탄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먼 꿈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작지만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온정의 연탄이 답지하여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달력 한 장이 한해를 결산 하듯 연탄 한 장이 추위를 녹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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