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지난달 24일 다시 파업투쟁에 돌입하면서 축산농가와 사료업체 등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차주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민노총이 동조 총파업을 발표하면서 총파업은 또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가축에게는 생명줄


지난 파업으로 원활한 운송에 차질을 빚어 가금업계는 계열업체와 농가에서 이미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또 다시 운송이 중단될 경우 회복불능이 될 것이 불보 듯 뻔하다. 
이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3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배합사료와 원료, 조사료 운송에 차질이 발행하지 않도록 적극 협력을 당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배합사료 원료와 조사료의 경우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까닭에 원료 확보기간이 2~3일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운송중단이 지속될 경우 사료공급 전면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놓일 수 있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필히 죽는다. 마찬가지로 동물도 먹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사료는 가축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사람은 밥 대신 다른 먹을거리만 있어도 살 수 있지만 가축에게는 그것이 쉽지 않다. 
최근 금리 인상과 각종 생산비용의 상승과 소비침체 등으로 농가들은 축산물을 생산하는 일 자체가 괴롭다. 한우의 경우 소 한 마리 팔면 백만원 대까지 손실을 보는 현실이다. 다른 축종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니 사료 대신 다른 먹을거리를 가축들에게 제공할 여력도 없고, 대체할 먹을거리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축산관련단체들은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농가 생존권과 가축의 생명권을 담보로 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것이다. 
축산관련단체들이 정부에게 화물연대 파업사태의 조속한 해결은 물론 장래에는 축산·사료산업을 파업이 제한되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국한우협회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화물연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축산농가의 생존권을 앗아가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파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까지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도대체 화물연대는 왜 이렇게 축산관련단체들을 비롯 각 산업주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으며 총파업을 하고 있는 걸까? 저들은 정말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정치적 목적으로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걸까?
화물연대는 총파업의 가장 큰 이유로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이 아닌 ‘법제화’를 들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너무 적은 운임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과적 또는 과속을 할 수밖에 없어, 이들에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정도의 운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2020년 도입해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이후 종료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일몰제로 이 제도를 시행했다. 2023년부터 이 제도가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화물연대는 일종의 최저임금 역할을 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이참에 아예 법제화해달라면서 파업을 시작했다. 

 

진압보다 협상 요구


이 외에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도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들에 대해서는 이에 반대하는 소리도 높아 정부와 화물연대가 지속적인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을 ‘생존권 수호’라고 말한다. 생존권 수호라는 말은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들의 파업을 대정부 투쟁이니 여타 산업을 볼모로 자신들만의 이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정부의 입장만을 지지하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특히 축산업계에서 ‘생존권 수호’라는 말은 익숙하다. 축산업계는 이미 수 차례 생존권 수호 관련 집회를 열었다. 
환경 개선을 빌미로 축산업계를 옥죄고, 물가안정을 이유로 외국산 축산물의 무관세 수입으로 축산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정부의 축산정책에 대해 축산농가들은 총궐기했었다. 
지난 8월에도 축산농가들은 서울역 일원에서 장바구니 물가안정에만 급급해 축산농가를 압박하고 사룟값 안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정부의 축정에 대해 전국축산농가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장과는 너무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축산정책을 지탄하고, 올바른 축산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겠다는 의미에서 축산농가들은 축산업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하지 않고 상시적 기구로 존속시켰다.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한 축산업계의 입장은 물론 ‘강력 반대’ 입장이 크다. 어느 산업이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한 곳이든 지체되면 전체가 지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파업도 생존권 보장을 받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이해하면 판단은 조금은 다르다. 저들을 비난하는 만큼 협상 대신 강경한 진압을 내세우는 정부에게 ‘협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도 누구보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축산업계의 입장이라면 무리한 진압보다는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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