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벽창호처럼 꽉 막혔다. 오리농가 축사시설 현대화를 대하는 농식품부 모습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속사정은 이렇다. 오리업계는 축사시설 현대화 실현에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자금지원이 시급하지만 농식품부는 축사시설 현대화가 AI 방역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되기 전까진 자금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큰 틀에선 축사시설 현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농식품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재부가 축사시설 현대화를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자금지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오리업계의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국민의 혈세를 어찌 허투루 쓸 수 있을까.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치고도 어려운 게 예산확보이거늘 예전부터 축산에 인색한 역대 정부들의 기조가 농식품부는 부담스러웠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농식품부의 이러한 지적이 당연하게 여겨지진 않는다.  
축사시설 현대화의 당위성을 오리업계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축산업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하는 정부부처로써 무책임한 처사다. 직무유기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기재부를 상대로 오리업계와 합심해 축산시설 현대화가 오리산업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고, 고병원성 AI 확산을 줄여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함께 설득해야 한다. 이게 농식품부가 할 일이다. 
최근 열린 국회 좌담회에서도 농식품부의 입장은 변함없이 일관됐다. 오리협회의 호소에도, 오리계열사의 울분에도, 오리농가의 절규에도 말만 조금씩 다를 뿐 결국 “오리농가의 어려움은 안타깝지만 우리는 권한이 없다”라는 외면이다. 
누가 등 떠밀지도 않았는데 열악한 축사에서 오리 사육을 왜 하냐고 하면 오리농가들은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시설현대화를 하고 싶어도 도저히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오리농가의 절실함을  이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 줘야하는 곳은 다름 아닌 농식품부다. 
규제 위주의 각종 AI 방역정책에 둘러싸인 가운데서도 어떡해서든 오리 사육을 이어가길 소망하는 오리농가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농식품부가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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