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응애만의 문제 아냐

12월에 봄꽃 개화 기현상
낮과 저녁 급격한 일교차
채밀 중 꿀벌 동사 빈번
과수원과 논농사 살충제
신경교란 비행장애 유발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꿀벌이 또 사라지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꿀벌집단실종이 가을로 들어서면서 재발,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농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원인은 ‘꿀벌응애’다. 꿀벌응애가 내성이 생기면서 방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선 꿀벌 실종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꿀벌응애에 대해 회의적이다. 단순히 꿀벌응애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 이상고온에 생체리듬 심각 

늦가을 이상고온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전국 낮 기온이 20℃ 안팎까지 올라가면서 고온현상은 11월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재발하고 있는 꿀벌 실종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양봉학회 학술지 최신호 ‘꿀벌의 월동 폐사와 실종에 대한 기온 변동성 영향’에 따르면 지난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발생한 꿀벌집단실종의 원인으로 급격한 일교차를 주목했다.

이상고온과 기온급하강이 꿀벌에게 혼란을 일으켜 생체리듬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됐고, 올해도 이러한 현상이 보이며 봄꽃이 개화하는 등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의 한 양봉농가는 “11월이면 강원도는 서리가 내리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며 “낮 기온이 20℃를 훨씬 웃돌며 월동에 들어갈 꿀벌들이 채밀하러 벌집을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에는 따뜻하지만 늦은 오후에는 기온이 급전직하해 채밀 중 꿀벌들이 동사하며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 네오니코티노이드, CCD 주요 원인

과수원과 논농사에 사용되는 살충제도 꿀벌 실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가 드론으로 광범위하게 살포되고 있다. 특히 살충효과가 곤충에게 최적화되어 있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는 꿀벌의 신경교란을 일으켜 비행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서구권 등에서는 금지농약으로 지정된 반면, 국내에서는 개화시기에만 사용하지 못한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오남용이 우려되고 있다.  

경북의 한 양봉농가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로 인한 양봉농가 피해가 심각하다”며 “꿀벌에게 치명적이라는 객관적인 연구가 시급하다. 이를 토대로 꿀벌에 무해한 친환경 살충제를 관계당국이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봉농가 대부분은 꿀벌응애가 꿀벌 실종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꿀벌응애는 예전부터 항상 있어왔다”며 “꿀벌을 보호할 수 있는근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꿀벌개체수가 급감하면서 농업 전반에 걸쳐 상상 이상의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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