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국어사전에 공감은 남의 주장이나 감정에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는 마음이나 기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사전적 의미일 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실험 심리학과 정신의학부에서 정신병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이언 베런코언 교수는 그것은 단순한 의미의 공감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공감제로(원제, Zero Degrees of Empathy)」에서 “공감은 타인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파악하고 그들의 사고와 기분에 적절한 감정으로 대응하는 능력”이라며 앞의 사전적 의미와 비슷한 풀이를 한다. 

 

사이코는 공감 못해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공감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그는 공감에는 두 가지의 단계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인식과 반응’이다. 만약 인식은 했지만 반응을 하지 않으면 전혀 공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식과 반응을 모두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일을 예민하게 피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지 고민하며, 우리가 말하거나 행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입장과 자신을 동일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에게 그들이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느낌을 주며, 자신의 사고와 감정이 경청되고 있으며 인정받고 존중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이코는 전혀 인식도 못하고 인식을 못하기 때문에 반응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얻은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보이는 태도는 마치 ‘사이코 집단’과 틀리지 않다. 158명의 젊은 청춘이 길에서 황망한 죽음을 당했는데 슬픔이 아니라 그 이후 책임 소재 때문에서 빠져나가기 바빴다. 
심지어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한창 진행 중, 뒷좌석에 앉아 있던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웃기고 있네’라고 필담을 나누다 카메라에 포착돼 결국 국감장을 쫓겨나는 일까지 있었다. 
더 황당한 일은, 이들의 퇴장을 명령한 주호영 위원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분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호영 대표를 성토한 것은 지금 대한민국 정당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종 책임자는 사과도 없고, 법적 잘못이 없다고 버티고 대통령은 그런 그를 보듬고 잘못은 현장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고 대처 못했다며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마치 전염병 등 재난 시기의 ‘희생양 찾기’다.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지진 등 재해로 인한 민심이 동요되면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침해될 것이 두려워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나 사회적으로 약한 계층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이다.

 

사이코는 공감 못해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우리는 그러한 주장이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자리를 왕의 자리로 착각하는 이번 윤석열 정부는 그 이전의 어느 정부도 감히(?) 실행하지 못한 왕권통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통해 국회 기능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법부를 손발로 한 행정독재를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야당은 있으나 마나 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꼴이지만 이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탄압에 그다지 동의하자 못한다. 왜냐 이번 정부 탄생의 주역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군부 독재와 싸우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수복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586세대가 주축이 된 민주당이, 왜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촛불’의 가치를 팔아먹었기 때문이다. 국민을 핑계대는 정부나 여당과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사사건건 반대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입법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국민들은 “마음대로 한 번 해보라”고 표를 몰아주었다. 그 결과가 작금의 현실이다. 
민주주의를 내걸고 군부독재와 싸워온 586세대를, 국민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동세대는 미안한 마음으로 그 결의에 찬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바꿔달라 했다. 
부정과 부패와 독선과 싸우면서 그들이 체득한 것이 바로 그토록 저주하며 싸웠던 기득권의 어두운 면이었다. 그러므로 국민들도 기대를 거두어 들였을 뿐이다. 
가진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이 생긴다. 야당이 야(野)를 잃어버리면 야당이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그토록 심한 질책을 받았음에도 ‘역풍’이라는 두려움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초심을 잃은 모습이 어떤지 거울이라도 한 번 보라고 충고해주고 싶을 정도다. 좌고우면하는 자세야말로 기회주의의 표출이다. 
지금 대한민국 모든 백성이 아프다. 경제는 물론 안보 위기까지 어느 산업이고 할 것 없이 모든 민중이 고통스럽다. 한 번쯤 공감이라도 해보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