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출현한 이래 먹으면 반드시 배설을 해야 하고 처리가 잘못되면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배설물을 분뇨(糞尿·똥과 오줌)라고 한다. 점잖은 표현으로는 분(糞)을 ‘큰 것(대변·大便)’ 뇨(尿)를 ‘작은 것(소변·小便)’이라고 칭한다. 
같은 말이라도 똥·오줌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저속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신 경봉(鏡峰·1892~1982) 스님은 ‘작은 것(소변·小便)’ 보는 곳을 휴급소(休急所), ‘큰 것(대변·大便)’ 보는 곳을 ‘해우소(解憂所)’라고 재치 있는 이름을 지어 주셨다. 해우소는 사찰에 딸린 화장실로 근심·걱정을 푸는 곳, 즉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란 뜻이다. 
일본에서는 해우소를 ‘한소(閑所·한가한 곳)’라고 한다.
수렵·어로 시대에는 인간의 배설 행위는 장소와 시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방분(放糞), 방뇨(放尿)하면서 살았다. 
그 때의 배설물은 가축이 먹거나 거름이 되어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 농경·목축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주거가 고정되면서 집단 촌락이 형성되고 나서는 많은 문제가 야기 되어 측간(厠間), 뒷간, 변소라고 하는 배설물 처리장소가 절실함을 느끼게 되었다. 점차 인구가 나날이 증가하자 현대와 같은 하수처리시설이 없는 각 가정에서 창밖으로 던져버린 분뇨는 골치 덩어리임에 분명했다. 냄새도 날 뿐만 아니라 밟으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여성들이 신고 다니는 하이힐도 분뇨를 피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분뇨문제가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6세기 영국은 수세식 화장실 보급 이후에도 한동안은 하수 처리시설, 정화조가 없어서 분뇨를 하수도에 그대로 흘려버렸는데, 영국 런던 템즈 강은 런던 시민들이 버린 분로 많이 오염되었다. 
템즈 강으로 흘려든 분뇨가 일으킨 대사건이 1858년의 ‘대(大) 악취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의회 의사당이 임시로 폐쇄되기도 하였다. 1894년 조선 땅을 밟은 영국인 이저벨라 버드 비숍은 “한양은 세계에서 베이징 다음으로 더러운 도시”라고 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화장실 선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인구 10명 중 4명이 수세식이 아닌 재래식으로 살아가면서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보통 인간의 배설물은 하루 150그램(g)의 대변과 300그램(g)의 소변으로 한사람이 연간 배설하는 분뇨는 438킬로그램(kg)이다. 세계인구 80억명의 배설물처리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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