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차로 잡화 취급서 연 매출 80억 기업으로



직거래, 유통비용 줄임으로써
가격 경쟁 확보 가능 깨달아
식자재·슈퍼 등 거래처 확장
97년 계란 도매업 영역 도전

고 대표 계란 사용한단 조건
직원들에 거래처 넘겨 독립케
평택 자체 농장 운영 직거래
선별 철저 바른 먹거리 제공

가족별 역할 분담 책임 경영
하루 1만판 취급 선도업체로
“수익 일부 남 위해 쓰겠다”
소외계층 등 봉사·후원까지

에그스강원축산의 평택농장 전경.
콜드체인을 위한 무진동 냉장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계란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국내 계란산업은 살충제 계란 사태 발생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살충제 계란 사태는 양계농가뿐 아니라 계란유통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난각 산란일자 표기를 시작으로 계란이력제와 식용란선별포장업제가 신설되는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이같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견고한 사업 역량을 토대로 외형과 내실을 착실하게 다져나가고 있는 업체가 있다. 

고재석 대표(58)가 이끄는 에그스강원축산농업회사법인(유)이 바로 그 곳이다.

 

고재석 대표.
고재석 대표.

 

# 30년 전 계란유통 도전장

에그스강원축산은 30여 년 전인 지난 1989년 창립된 계란유통업체다. 시작 당시 아무 것도 없이 출발했지만 지금은 계란유통으로 연간 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소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고 대표의 이력을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재석 대표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란 판단 하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제품 납품을 시작했다. 그러다 곧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 용달차를 구입해 유통업계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야채, 과일, 신발, 도자기 등 안 팔아본 것이 없었다. 그러다 두부, 콩나물, 계란 등의 식료품을 판매하던 그는 전문화를 위해 품목을 단일화하기로 결정, 1993년부턴 계란만 전문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 농장 직거래로 경쟁력 확보

물론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초기엔 취급물량이 적어 구색을 갖추기 어려운데다 유통의 흐름 파악이 어려워 도매상에서 계란을 받아다 소매로 판매했다. 

하지만 고재석 대표의 타고난 성실함과 정직함,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거래처가 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농장과의 직거래를 시작했다. 

직거래는 유통단계 축소로 유통비용 등의 마진을 줄임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은 계란을 보는 눈이 뜨인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많은 계란을 접하면서 어떤 계란이 좋은 계란인지, 오래된 계란인지 척 보면 알 수 있게 됐다”며 “직거래는 내가 원하는 물량과 사양을 요구할 수 있는 등 장점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 도매업까지 사업영역 확장

이후 식자재, 슈퍼마켓, 제과점, 식당 등으로 거래처를 확장한 그는, 1997년에는 계란 도매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직원이 늘며 거래처 장부를 맞추고 검수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까닭에, 고 대표의 계란을 사용한다는 조건 하에 거래처를 떼어주고 각각의 사업자로 독립시킨 것이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직원이 아닌 사장이 되자 ‘내 일’이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거래처를 늘렸고, 이는 에그스강원축산의 매출 증가로 귀결됐다. 

고 대표는 “관리대상이 거래처에서 사업자로 변경됨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해졌다”며 “서로가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거래처에 성격에 따른 맞춤식 납품도 매출 증대에 주효했다. 에그스강원축산은 제과점 등에는 계란만 납품하고 식당 등의 거래처에는 쌀, 잡곡, 김치, 고춧가루, 참기름 등의 식자재도 함께 납품해 매출 상승을 꾀하고 있다.

 

# 산란계농장 인수해 직접 생산도

에그스강원축산의 또 다른 강점은 자체 농장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고재석 대표는 강원축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6년 동업자와 함께 경기도 평택 소재의 산란계농가를 인수해 계란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현대화시설을 갖춘 이 농장은 HACCP은 물론 친환경과 무항생제 인증을 획득해 안전하고 위생적인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식용란선별포장시스템으로 고품질 계란 만을 선별해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에그스강원축산은 경기, 충남, 충북 등 7~10개의 농장과 거래하고 있다. 매년 겨울철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거래농장을 지역별로 안배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고재석 대표는 안산 소재 상가 두 곳에 계란무인판매점을 개설해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 1만판 취급…선도업체 자리매김

눈 여겨 볼 대목은 에그스강원축산의 운영체계다. 

강원축산은 가족별 역할 분담 및 전권 부여를 통한 책임경영으로 경영 효율성을 강화했다. 고재석 대표는 계란 매입을, 아내는 거래처 관리를, 아들은 매장관리를 조카는 판매점을 담당하며 사업 추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결과 에그스강원축산은 일일 1만 판의 계란을 취급하는 계란유통의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지난 2018년 20억6000만 원이던 강원축산의 연 매출은 2019년 21억8000만 원, 2020년 29억8000만 원, 2021년엔 79억7000만 원을 달성하는 등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매출 역시 80억 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다양한 기부와 봉사활동 실시

에그스강원축산은 기업의 책무인 ‘사회적 책임’에도 소홀함이 없다.

고재석 대표는 ‘내가 버는 돈의 일부를 남을 위해 쓰겠다’는 지론 아래 다양한 기부와 봉사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계란유통업계에 발을 들인 시점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발품을 팔며 거래처를 개척하는 와중에서도 수입의 일정 부분을 불우이웃들에게 기부해온 것. 

실제 고 대표는 필리핀에서 500인분의 식사 봉사를 15년간 해오는가 하면, 안산시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 실종가족 지원, 실종가족 찾기, 실종 예방교육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틈틈이 짬을 내 설거지 봉사를 실시하고, 인근 청소년지원센터에 매달 계란 40판을 후원하는 등 크고 작은 후원과 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는 서안산로타리클럽 18대 회장을 맡아 대표사업인 주거환경개선사업과 함께 전 세계 소아마비 후원, 에이즈 퇴치, 아프리카 우물 건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며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계란을 공급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봉사와 후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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