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멧돼지에 의한 ASF 바이러스의 야외 오염도가 높다고 판단, 한돈농가에게 논과 밭, 임야 등에서의 경작 등 영농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영농활동 후 농기계는 세척·소독 후 농장 밖에 보관하고 당일은 축사 출입을 자제토록 했다. 고병원성 AI 확산 방지를 위해서 가금농장에도 같은 내용을 적극 홍보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시를 곧이곧대로 따랐다가는 축산농가만 낭패를 본다. 가축전염병의 유입 및 확산 차단을 위한 목적이라도, 농지법에 따라 농사를 짓지 않고 묵혀두면 일단은 ‘무단 휴경 사례’에 포함된다. 이후 농지 처분명령이 내려지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금액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축산농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경작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수의 축산농가는 ASF·AI 등 가축전염병 방역을 위해 영농활동 중단을 희망한다. 그러나 농지 매매가 쉽지 않다. 이행강제금 등 불이익을 피하고자 부득이하게 영농활동을 이어가는 농가들이 의외로 많다. 한 축산농가는 “축사와 인접해 있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웃 주민의 냄새 민원 해소 차원에서 매입해 경작을 하고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휴경을 하다가 문제가 되면 농지를 처분할 때까지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며 “팔려고 내놓아도 축사와 인접한 농지는 일반인들이 매입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농지법은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이는 등 위반행위를 근절하고 질서를 정립하기 위해, 경작하지 않는 농지는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농지이용실태 조사는 농지의 소유·거래·이용·전용 등에 관한 사실을 확인하는 행정조사로,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매년 실시해야 한다. 조사 기간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90일간이다. 이외에도 시장·군수·구청장은 작물 재배의 특성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시로 조사할 수 있다.
농지이용실태 조사 결과 농지 불법 소유·임대차, 무단 휴경 등 농지법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청문 절차 등을 거쳐, 농지 처분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조치는 물론 휴경지 소유주를 고발 조치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이후 휴경지 소유주에게 농지를 매매하라고 알린다. 처분 기간은 사유 발생일로부터 1년이다. 이때 소유자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를 매도할 수 있지만, 거래 가격이 아닌 공시지가로 팔아야 한다. 
이러한 처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처분명령(6개월)을 내린 뒤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행강제금은 공시지가의 20% 또는 감정평가액의 25% 중 더 높은 가격을 매년 부과한다. 예를 들어 토지의 공시지가가 5억원이면 1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다음 해에도 동일하게 부과된다. 
축산농가는 가축전염병 방역을 목적으로 축사와 인접한 논과 밭, 임야 등에서의 경작 등 영농활동을 잠정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이행강제금 부과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자연재해 등으로 영농이 불가능한 경우’ 휴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SF·구제역·AI 등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 발생을 ‘자연재해’로 인정해주면 가능한 일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야생멧돼지와 철새로 인해 가축전염병 바이러스의 야외 오염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야생동물에 의한 가축전염병 확산을 ‘자연재해’로 해석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예방을 목적으로 휴경시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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