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얼마 전 일이다. 지인과의 약속으로 서울 모처를 다녀갔을 때다. 코로나 규제도 풀리며 여기저기서 축제가 성행하고 있을 즈음 한 페스티벌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 비건의 날을 기념해 비건문화와 관련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궁금함이 앞서 잠깐 시간을 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건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식품에서부터 패션과 화장품까지 영역을 확장한 모습이다. 더불어 축산업을 왜곡하는 이분법적 사고도 여전했다. 
예전부터 그래왔던 육식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동물을 해친다는 비건업계의 편견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상당한 인파가 모인 것을 보면, 막연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봤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무엇보다 청소년기 젊은 세대들이 몰리며 그릇된 정보로 인해 향후 축산업에 미칠 파장이 여간 우려되는 게 아니다. 
어느새 비건은 지구를 보호하는 깨끗한 식단,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 또 인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비건산업에 뛰어들며 앞 다퉈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식물성원료로 만든 가짜고기는 버젓이 전통육류와 같은 공간에서 판매된다. 
축산업을 보호·육성해야하는 농식품부는 대체단백질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식약처는 관련법을 추가해 푸드테크 기업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제 기댈 곳은 축산업계 자신뿐이다. 축산업 스스로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살상산업이라는 오명을 바로잡아야 한다.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결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다. 경제동물인 가축은 애완동물과는 개념이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축산업계에서만 통용되면 의미가 없다. 생산자단체, 학계, 축산언론 등 관계자들이 망라된 T/F팀을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논리적인 자료를 근거로 축산업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대중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축산업의 가치를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허나 지금은 축산업 전체가 전열을 가다듬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총결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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