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토 사상과 농업인의 날

 

흙을 나타내는 한자어는 토(土)이다. 토(土) 자는 땅 위의 흙무더기를 본떠 만든 상형자이다.
그리고 땅 위에 새싹이 돋은 모양을 본뜬 한자는 생(生)인데 이것을 보면 동양에서는 흙은 만물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간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세상의 모든 만물은 바람, 불, 물, 흙의 4개 원소로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흙이 인류 삶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 요소로 본 것이다.  
한편 농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로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2012년 세계식량기구(FAO)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의 식료 생산은 2005~2007년의 평균 수준에 비해 2030년에는 40% 이상, 2050년에는 70%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렇듯 농업의 중요성이 지구 차원에서 부각되고 있는데, 그 농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농업인의 역할은 실로 크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식량 자급률이 2020년 기준 45.8%(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국가였는데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을 치국의 근간으로 삼고 농업을 장려해왔다. 과거 왕조시대의 백성이라 함은 곧 농민과 동의어이기도 했다. 1960년도부터 시작되어 1996년까지 추진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2021년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국 10위권 내의 경제를 자랑하는 공업국가로 탈바꿈 했지만, 여전히 농업과 농촌은 한국인의 정신적 본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식량증산 계획도 포함되어 퇴비 등 농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활발했지만, 시간이 경과하며 점차 농업 예산 지원이 줄어들면서 생산성 위주의 화학비료, 농약 등의 남용으로 지력이 많이 약화된 것도 현실이다. 
농업인의 날은 1973년 어민의 날(4월 1일), 권농의 날(6월 1일), 목초의 날(9월 5)일이 권농의 날(5월 넷째 화요일)로 통합 운영되다가, 1996년 5월 30일 권농의 날이 폐지되고 정부에서는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며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고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사실 농업인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도 더 이전인 1964년에 원주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장본인은 당시 농사개량구락부 원성군회장과 도연합회장직을 맡고 있던 故 원홍기 씨(원주축협 9~10대 조합장 역임)이다. 평소 ‘사람은 흙(土)에서 나서 흙(土)에서 살다 흙(土)으로 돌아간다’는 농민 고유의 삶 그 자체를 의미하는 삼토사상을 이념으로 평생을 농업인으로 살아온 원홍기 씨는 원주지역 농민 자생단체를 결집하여 1964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농민들 870여 명과 농민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11은 한자로 십(十)과 일(一)이 합쳐져 흙 토(土)자가 되는데 이는 농민의 일생을 상징하는 삼토사상을 의미한다. 첫 해 행사 이후로 각 지방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는데, 정부에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1996년 드디어 법정기념일이 되었고, 원주에서는 올해로 제64회 농업인의 날이 개최되는 셈이다.
원주축협은 축산전문 농협이지만 삼토사상과 농업인의 날 발상 조합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쌀농사에서 나오는 볏짚을 한우에게 주고 그 배설물의 부숙을 통해 다시 논에 환원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축산의 환경문제 해소와 장기적으로 지력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미질이 좋은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다. 축산의 축 자는 검은 현(畜) 아래 밭 전(田)으로 이뤄져 있는데, 축산업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생기는 배설물을 땅에 환원함으로서 화학비료 농약 등으로 약화된 지력의 회복으로 친환경적 자연 순환농법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기회에 약화된 축산 분뇨를 통해 농촌의 지력 회복을 위한 축산업과 재배농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재정적 지원을 호소하는 바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 미중 무역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우리 농업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 모두는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소중한 식료를 생산하고 지구환경 및 자연경관 보전 등 농업이 가지는 다면적인 역할에 충분히 인식하여 앞으로 농업과 농업인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농업인의 날이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국민적 축제일로 발전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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