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한기호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접경지역특별법에 국가는 접경지역 안에서 생산하는 농‧축‧수산물을 우선적으로 군부대에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방부는 이 특별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1970년 7월 체결된 농협과 국방부의 군부식 계획생산 협정서에 따르면 공급자가 임의로 납품규격, 경로, 수량 등을 변경해 납품할 경우, 2회 이하 위반 시 경고장을 발부하고, 3회 위반할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한다고 되어 있다. 

 

협정서 일방적 위반


이번 군급식 개편은 정확히 협정서를 위반한 일방적인 처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농축수산인들의 반발이 커지자 수의계약을 연차별로 70%, 50%로 낮추고 2025년 완전 경쟁입찰제 도입을 ‘70% 3년 유예’로 전환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국방부와 군납계약조합과의 사이가 벌어진 틈을 타고 일반 급식업체들의 로비도 한층 강화됐다. 이들 급식업체들은 농가들의 주장을 ‘담합’이거나 ‘기득권의 과욕’의 프레임을 씌우고 정작 군급식의 주체인 장병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가들의 주장에는 자신들의 욕심만 있을 뿐, 급식의 주체자인 군장병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이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이같은 갈등이 빚어질 수도 길게 이어질 수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고까지 말한다. 
‘접경지역에서의 군급식 우선’이라는 배경을 모르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경쟁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그럴 듯 해 보인다. 
담합이 시장경제를 왜곡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익을 현저하게 좀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경지역 내의 군납농가들의 주장에 귀기울이면 일반 급식업체의 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강원 접경지역인 화천군 군납농가들은 군부대 쓰레기반입 저지 집회에 이어 용산 대통령실 앞 상경집회, 상수도 공급 차단, 군부대 차량 지방도로 통행 저지, 군부대 훈련 및 소음문제 제기 등을 잇따라 강행할 예정이다. 
이것이 다 무슨 이야기일까? 지난 50년 간 군사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지연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온 접경지역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있는 일반 급식업체들이 농가에게  ‘욕심’이라고 하는 말은 본말이 전도된 부정적 프레임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쟁조달(일반업체)과 수의계약(협동조합) 비교(축산물)’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기본미션은 안정적 물량공급, 1년 단위의 계약, 안전에 대한 협정서상 준수의무 명시, 중앙회품질보증단과 군납축협이 생산을 책임 감독하고, 단가협상을 통한 확정단가를 적용하며, 도서지역으로의 지속 공급, 미공급 시 위약금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이윤 추구와 사업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일반업체의 경우엔, 단기 3개월 단위로 납품 계약을 맺고, 품질관리 규정이 정확히 없으며, 공급가격은 입찰가에 준하고, 전시 공급체계도 없다. 
또 미공급 시에는 제재 조항이 없다. 이렇게 서로 비교해 볼 때,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부실과 유착 현실화


게다가 협동조합이 공급하는 모든 농축수산물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다. 여기에 철저한 품질검증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굳이 군장병의 의견을 핑계삼는 것은 이미 정해진 군급식 개편을 밀어붙이기 위한 것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밖에 없다. 
‘자유, 자유, 자유’를 부르짖는 윤석열 정부의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시장의 자유논리대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상민생대책회의에서 말한 대로 모든 부서를 산업부화해 돈 되는 사업만 추진해야 하는 황금만능의 사고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향후 돈 쓰는 부서인 보건복지부나 교육부와 같은 공익적 부문은? 북한이라는 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방부문은 지금 여타 무기를 폴란드 등에 팔고 있는 동안에는 안전한 것일까? 
군장병들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먹거리는 아무 것이나 상관없다는 말인가?
군납방식 변경이 10개월 지났다. 수협납품은 34% 급감한 손실액이 660억원이다.
또 판로를 잃은 농가들은 밭의 절반을 놀리고 있거나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납품되는 물량이 전년대비 70%라고 하지만 실제 군부대장에게 품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해 주면서 실제 감소량은 40% 이상이다. 
진주축협의 경우 조합원들은 군납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가평축협도 관내 가금농가 50% 이상이 군납을 포기했다. 거의 전적으로 군납에 의존하는 조합원 농가들이 많은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의 경우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부터 시범 실시하는 동안에도 군급식에 대한 부정과 안전과는 거리가 먼 축산물이 공급돼 벌써 문제거리가 됐다. 군납조합들이 지적한 대로 부실과 식자재업체와의 유착이 현실화된 것이다. 
군 시절은 잘못된 식습관으로 물든 젊은이들의 식습관을 고치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원한다고 무작정 가공품이나 패스트푸드를 공급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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