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환경부가 ASF 확산 차단을 위해 17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지난 3년간 총 길이 2693.2km의 방역 울타리를 설치했다. 그러나 쏟아부은 예산과 시간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다시금 제기됐다. ASF 연구 권위자 ‘호세 마누엘 산체스’ OIE(세계동물보건기구) ASF 연구소장은 “이 울타리는 토끼용으로 야생멧돼지 이동을 막는 데에는 효과가 없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또 울타리 설치가 규정에 맞지 않은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우리나라는 울타리 설치 이후에 ASF 확산 속도를 억제해 양돈농가의 방역대책 추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 왔다”며 “지난 3년간 ASF 확산을 중부권 내로 막아내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방송사가 ASF 방역 울타리를 취재한 결과, 군데군데 뚫리고 무너진 구간이 많았다. 울타리 철망은 땅속 70cm 아래로 묻어야 하지만, 철망이 지면 위에 떠 있는 경우도 쉽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울타리 사업이 워낙 긴급하게 추진돼 제대로 시공하지 못한 곳이 있다”고 시인하고 “그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울타리는 ‘야생멧돼지 ASF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라 설치(높이 1.5m, 지주대 깊이 0.7m)하고 있다. 평지인 유럽과 달리 산악지형 위주로 설치함에 따라 지주대는 땅속 0.7m 깊이로 설치하고, 울타리 하부 취약 부분은 보조지주, 가로대 상·하 설치 등으로 보강하도록 설계 도면를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주대는 굴착기로 때려 박으면 되지만 철망을 0.7m 깊이로 묻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몇 배의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또 “ASF 발생 초기 설치한 울타리는 야생멧돼지 등으로 인해 하부가 들리거나 뚫리는 사례가 일부 있었으나 보강 조치를 하고 있다”며 “태풍, 장마철 등에 일부 유실되거나 인위적으로 훼손되어 차단 기능을 못하는 울타리도 점검 및 훼손 신고 등을 신속하게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타리 무용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로 경계를 따라 설치한 울타리가 논밭 출입로 앞에서 중간중간 끊겨 있는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야생멧돼지 이동 차단에 토끼용 울타리를 설치했다는 사실은 과히 충격이다. 더욱 문제는 울타리가 산양과 노루 같은 다른 야생동물의 이동길을 막으면서 야생동물이 굶어 죽자, 환경부에서 울타리 일부를 터주는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환경부는 경쟁 입찰 규모의 공공사업인데도 1700 억원이 넘는 금액을 수의 계약한 걸로 확인됐다. 긴급성을 반영하더라도 2, 3년 차에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울타리 설치사업은 야생멧돼지 ASF 발생상황, 확산 속도 등에 따라 신규 발생지역 주변을 봉쇄하거나 지역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매년 확산범위가 확대되고 장거리 전파 등이 반복됨에 따라 매년 긴급하게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울타리를 설치하고, 이를 다시 터주는 공사를 했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엄한 곳에 너무 힘을 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울타리는 ASF 청정화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예산을 양돈장 울타리 설치 등 농장 차단 방역 강화에 지원했다면 감사의 인사라도 받았을 것이다. 적어도 야생멧돼지 포획과 수색작업 확대 비용에 활용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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