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2023년도 정부예산안을 보면 농업예산은 전년대비 2.4% 늘어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금리인상, 곡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 위기, 치솟는 물가 등등 전 세계적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농업예산이 증가한 것만도 어딘가?
긴축재정을 표방하는 정부의 예산 편성에 수긍하며 정부의 주장처럼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그저 전체 예산안의 증가율인 5%대와 비교하면서 작다고 투정해야 할까? 왜 매년 농업예산 증가율은 전체 증가율보다 훨씬 적게 편성되는 걸까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수치에만 몰두될 수밖에 없다. 

 

발전 빌미 매년 희생


수치 속에 있는 행간을 읽지 못하면 막연히 농업을 무시한다고 비난하고, 그 비난에 못이기는 척 그때그때 찔끔찔끔 던져주는 동정질(?)을 배려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개라는 ‘조삼모사’에 나오는 원숭이 취급을 당하면서도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적으로는 사회 속에서 내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있는가를 판단해 보기 위해서이고, 공적으로는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성찰하기 위해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면 나의 주장이 뜬금없는 것이 되고, 우물 속에서 하늘을 보는 개구리가 된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현재를 규정하는 것은 과거의 결과물이며, 미래를 상상하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 
농업의 예산이 매년 평균 증가율에 한참을 못 미치는 것은 농업에 대한 전체적 몰이해와 무관심의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 반발하고 비난하는 초점은 그저 막연하다. 왜냐하면 이미 주어진 수치에 몰두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업 홀대는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정부나 그 이전의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농민들은 국가 경제발전의 빌미로 매번 희생되어 왔다. 심지어 농업발전이라는 기치 안에서도 수많은 농민들은 생업에서 이탈됐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정권 초기부터 공약과 반대의 행보를 보인 적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면서 예산집행단계부터 약자동행지수를 개발해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첫 해 예산부터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재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세안을 내세웠다. 그리고 기준 중위소득 인상을 두고선 재정부담론을 들어 인상률을 깎자고 했다. 농업 예산안의 소폭 증액도 여기서 비롯됐다. 
윤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는 이명박 정부의 ‘버전2’인 낙수효과다. 재벌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면 국민 전체의 결실로 돌아간다는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 이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5년 간 누적 60조원이라는 막대한 감세안을 제시했지만 삼성과 현대, SK 등은 미국 현지에 수백조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감세의 결과물의 대부분을 미국 노동자들에 보게 생겼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

 

어디 그뿐인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발 감사의 뜻을 표했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에서 한국차를 제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서명을 하면서 오히려 한국의 등에 칼을 꽂았다. 낙수효과와는 완전히 다른 꼴이 됐다. 
대기업 위주의 세재 개편과 긴축재정이 맞물리면서 그 피해는 대부분의 국민 그리고 소외됐던 농민들의 몫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 명목으로 800여억원의 예산을 세웠다가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재정건전성을 내세운 이번 정부예산을 보면 ‘부자 감세’로 빈익빈부익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부자 감세를 위해서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전액 삭감하면서 어린 초등학생들의 간식을 빼앗고,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예산을 없애면서 친환경농산물을 권장하겠다는 것과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주장이 말의 성찬임을 증명해줬다. 
당초 농식품부는 이 사업들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요청한 예산은 그 득실과는 관계없이 척척 반영했던 것과는 완전 반대다. 
농식품부는 해당 사업이 수혜자 만족도가 높고 학생들의 과일 섭취량과 국산 과일 선호도가 증가했다며 사업 존속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오히려 없애버렸다. 
지금 농민들은 농업예산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에게 농업의 가치를 따진들 소 귀에 경 읽기 일 뿐이다. 게다가 농업 예산이 어쩌구저쩌구 해봐야 제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농민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세상도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떳떳한 주장이 동냥질이나 떼쓰기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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