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강원도 춘천시 소재 양돈장에서 지난 19일 ASF가 발생한 데 이어 5.3km 떨어진 인근 양돈장에서도 20일 확진이 나왔다. ASF의 발생 원인은 집중호우로 쏟아진 토사와 빗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돈농가들을 허망하게 했다. 큰비가 폐사체에 있던 바이러스를 쓸고 내려가면서 광범위하게 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멧돼지 ASF 오염 감시를 목적으로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집중호우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몰지 152곳과 한강 등 6개 수계를 대상으로 집중조사 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깊숙한 산속은 조사하지 않고 하천과 댐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 매몰지 인근에서 총 654개의 환경 시료를 채취해 ASF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불검출을 확인했다. 6개 수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하천수 조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협력해 진행했다. 하천(43개 지점)과 댐(16개 지점) 등 총 59개 지점에서 총 275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집중호우로 쏟아진 토사와 빗물을 통해 쓸려 내려가 도로 등까지 오염시켰을 경우 생명력이 강한 ASF 바이러스는 더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고급인력과 시간과 세금을 낭비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 시행에 나름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해는 가지 않는다. 이번 ASF 발생을 계기로 조사 대상을 수정하길 기대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자원을 총동원해 춘천시를 포함한 강원도 전체 양돈장 및 그 주변 도로를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있다. 중수본은 “농장 내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의 차단을 위해 양돈장 주변, 도로 등에 대한 소독을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종종 놓치는 사항이 있다. 소독 차량에 대한 소독이다. 설마하겠지만 사실이다. 소독 차량에 대한 소독을 누락하는 경우가 실제 발생한다. 거점소독시설과 같이 자칫 소독 차량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춘천과 비슷한 환경의 다른 양돈장의 ASF 발생이 우려된다. 도드람양돈연구소 정현규 박사는 “두 농장은 산으로 둘러싸인 환경 등이 유사하다. 각각 개별적으로 비슷한 방법으로 주변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바이러스의 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두 농장 모두 9월 초 큰비가 내렸던 지역이다. 발생농장 내 도로에 있는 오염원이 외부 차량 바퀴 등에 묻어 외부로 이동하고, 직·간접적으로 다른 농장이나 지역으로 전파됐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수본도 “지난 3년간 발생상황을 고려할 때 양돈장의 ASF 추가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야생멧돼지는 하루 15km가량 이동하지만, 번식기에는 최대 100km까지 움직인다. 그러나 환경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방역 울타리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포획 압력을 느낀 야생멧돼지는 개체수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는데, 해외악성가축전염병을 관리해야 할 정부는 특별한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환경부가 야생멧돼지를 매년 70% 이상 포획하겠다고 결정할 리도 없다. 야생멧돼지 개체수 감소에 실패한 지금, 양돈장 차단방역 강화와 농가의 빠른 신고만이 대책으로 남았다. 또다시 한돈농가들에 ASF 방역의 짐을 지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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