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난달 22일, 축산업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대표자회의를 열고 8.11 집회 결과 보고와 함께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 대표자들은 집회 이후에도 비대위를 중심으로 축산업 현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비대위 존치를 결정했다. 
내부적으론 환경 개선과 탄소중립이라는 이유로 생업을 옭죄고, 외부적으론 물가안정을 내세워 외국산 축산물의 무차별적 수입을 자행(?)하는 정부 정책의 결과, 지금 축산농가들의  생존이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무관심의 대가


정부의 축산물 무차별 수입은 국민들의 밥상물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그 파장으로 반대편에 있는 국내 농가들에게는 느닷없는 철퇴임에는 틀림없다. 
매번 정부는 먼저 일을 저질러놓고 반발의 수위를 지켜본 후에 찔끔찔끔 대책이라고 던져준다. 그동안 축산농가와 생산자단체들은 정부의 농축산 홀대정책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이번 축산업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의 상설화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농축산 홀대가 반복되면서 축종별로 대응하던 방식으로는 작금의 정책은 물론 향후 정책이 개선될 수 없다는 자각이 범축산인들에게 생겼다는 점이다. 
이번 외국산 축산물의 무관세 수입은 이전과 달리 소·돼지고기에 국한되지 않고 육류 전반에 걸쳐 무차별로 자행됐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이러한 방침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물가에 연동해 관행으로 뿌리내리게 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이 “살게 해 달라”고 호소한 들 ‘떼쓰기’의 프레임을 씌우면 아무리 애원해도 정부나 국민 모두 농가의 어려움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표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이것이 축산농가가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2022년 현재, 농업과 농민들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지 않는다. 특히 2011년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축산업이 축산농가들만의 생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농가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목도했다. 
수십억, 많게는 수백여억의 보상금 규모가 보도되면서 말 그대로 국민들은 ‘헉’했다. 게다가 구제역 발병으로 축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외식산업, 관광업 등 여타 축산업과 관계없을 법한 산업이 크게 영향을 받았음에도, 원인을 제공(?)한 축산농가들이 막대한 보상금을 받고 있는 현실을 통해 축산농가에 대한 반감마저 일었다. 
자기 농장만 생각하면서 주변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축산업의 부정적 시각이 확산된 책임에는 농가들의 원인 제공이 큰 것은 사실이다. “내 농장 내가 어떻게 관리하던 무슨 상관이냐?”고 억울해하겠지만,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때문에 축산농가들이 “지금 우리는 생업에서 쫓겨나게 생겼으니 우리가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는 호소가, 일반국민들에게는 참으로 ‘염치없는’ 말처럼 들린다. 
축산농가들이 제 것에만 관심을 두는 소아병적 사고방식에 머무르는 한 이같은 사회적 인식은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환경 개선이라는 자정운동이 필요했던 이유다.       

‘나만 잘 살기’ 부메랑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부르짖으며 자발적 사회공헌 나눔축산운동이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타인과 타산업 그리고 국정에 관심을 가지라는 이유는, 굳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나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변의 소외 받고 있는 계층과 나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냥 가축 키워서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수익을 올리는 것은 누군가가 값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남이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 외면하거나 무시했다면 내가 힘들 때 어떤 말을 해도 동정하거나 공감해 주지 않는다. 게다가 사회는 결코 따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마치 ‘나비효과’와 같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하나의 행동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바로 사회의 연관성이다.
내년 농업 예산이 17조 2785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2.4% 오른 4018억원의 증액이다. 농업계가 희망했던 3%의 벽은 올해도 넘지 못했다. 
특히 국가 예산 증가율이 5.2%인데 비하면 농업 예산은 그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전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농업을 홀대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그나마 증액한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농업 예산만 가지고 왜 우리는 조금밖에 편성하지 않았느냐고 따질 것인가?
우리가 지금 지적해야 할 것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면서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서다. 
올해 정부는 세수 대비 5년간 누적 60조원이라는 막대한 감세안을 내놨다.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삭감, 다주택자 중과율 폐지 등 대기업과 가진 자에게 혜택이 쏠리는 ‘부자 감세’다. 
지금 각종 예산의 삭감은 물론 농업 예산의 쥐꼬리 증액은 바로 이러한 재정건전성이라는 허울로 가려진 것이다. 농업을 미래산업화 하겠다지만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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