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양봉장 습격 쑥대밭
전체 생산액의 30% 피해
기후 아열대로 변화면서
성장·크기·생존력도 진화
드론·위치추적기 등 활용
선진 퇴치방법 도입 시급

등검은말벌이 양봉장을 습격해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등검은말벌이 양봉장을 습격해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경기도 의왕시의 한 양봉장.
이른 새벽부터 장성범씨는 온종일 등검은말벌과 사투를 벌인다. 꿀벌사냥꾼 등검은말벌로부터 꿀벌을 지키기 위해서다. 벌써 한 달째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말벌포획기를 여러 대 구비하고, 퇴치액을 살포해도 등검은말벌에겐 속수무책이다. 그는 “1분도 농장을 비워둘 수 없다”며 “벌써 10% 이상의 꿀벌이 등검은말벌에게 사냥당했다”고 토로한다.  
8월부터 9월은 양봉농가에게 악몽이다. 육식곤충인 등검은말벌이 추석 전후로 세력이 가장 강성해지면서 양봉장을 습격해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감에 따라 등검은말벌의 성장속도, 크기, 여왕벌 생존력이 진화해 세를 넓히고 있다.
지난 2003년 부산에서 최초 발견된 이래, 등검은말벌은 폭발적인 번식력으로 국내에서 서식하는 토종말벌 9종을 제치고 개체수가 가장 많다. 이는 양봉산업에 심각한 피해로 이어졌는데, 농식품부·환경부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등검은말벌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은 연간 약 1750억 원이다. 연간 양봉산업 생산액 5000억 원 중 30% 이상이 등검은말벌로 소멸한 것이다. 또 올해는 등검은말벌로 접수된 소방청 신고건수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등검은말벌 피해액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등검은말벌의 개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대응방법이 없다는 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양봉밀집도가 세계 1위로 등검은말벌이 습격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도 갖췄다. 양봉농가들도 등검은말벌을 방제하기 위해 포획기, 트랩 등을 양봉장에 설치해 대비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 현장에서의 효과는 미미하고, 매년 피해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한 양봉농가는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등검은말벌이 많아졌다”며 “트랩을 최대한 많이 설치했음에도 늘어난 등검은말벌 마릿수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검은말벌은 현재로썬 답이 없다”며 “양봉장을 그물로 둘러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기존의 등검은말벌 퇴치방법으로는 양봉농가들의 피해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며 의견을 밝혔다. 
최문보 경북대학교 교수는 “등검은말벌은 양봉산업이 안고 가야할 숙제”라며 “완전 퇴치는 불가능하다해도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드론, 위치추적기 등 AI 기술을 활용해 등검은말벌 ‘벌집’을 제거하는 방안이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연구·지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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