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목골농장

노후화된 농장 개조…「동물복지」 개념 도입

가금티푸스 발병 경매 위기
위기 재도약 삼아 전면 개편
‘동물복지유정란’ 생산 시도
계사 바닥 톱밥깔고 닭 사육

윈치커튼, 태양광과 비슷한
노란색 사용 자연광 투광케
설비 비용·전기세 크게 줄어
비상 시 윈치 열면 자연환기

동해 취수 해양심층수 급여
각종 천연미네랄 다량 함유
자동집란 시스템 비용 절약
폐사율 줄고 고가 판매까지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한 계사. 활동공간이 넓어 스트레스가 적다.  

 

★이종택 대표가 말하는 성공비결

 

 

  • 방란 방지 위해 난상 외 산란장소 사전에 없애기
  • 노란 윈치커튼으로 계사 밝게 유지해 전기세 절감
  • 사료허실 줄이기 위해 급이기 높이 수시로 조정 
  •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가족 경영으로 인건비 절약 
  • 동물복지로 산란율 높이고 폐사율 낮춰 경영 효율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고곡가 추세가 장기화되며 농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유류비와 원자재, 인건비 등 모든 제반비용 상승으로 인해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농장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위해 착실히 준비해온 산란계농장이 있어 화제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소재 목골농장의 이종택 대표(48)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케이지에서 동물복지로 전환

이종택 목골농장 대표는 28살인 지난 2000년 양계에 입문한 2세 축산인이다.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던 그는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농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010년경 가금티푸스가 목골농장을 휩쓸었다. 대규모 폐사가 발생했고 살아남은 닭들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해 농장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까지 처했다.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한 그는 농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노후화된 농장의 개조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농장확장’과 ‘동물복지’의 기로에서 과감히 후자를 택했다.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동물복지로 방향을 틀기로 결심한 것이다.

 

# 시멘트 처리로 바닥관리 수월 

유럽에서 시작된 ‘동물복지’ 바람이 아시아권으로도 불어오던 때라 그는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한 1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2013년, 그는 본격적인 동물복지 유정란 생산에 나섰다.

그는 수월한 바닥관리를 위해 평사를 택하는 한편, 계사 바닥은 시멘트로 처리한 뒤 톱밥을 깔고 닭들을 사육한다.

바닥을 시멘트로 처리할 경우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다 외부에서 쥐 등의 설치류가 들어오지 못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배설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발생하는 토양오염을 방지할 뿐 아니라 토양유래성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노란 윈치커튼으로 전기세 절감

아울러 목골농장은 계사를 반무창으로 설계하되, 윈치커튼은 태양광과 비슷한 노란색을 사용해 자연광이 투광되도록 했다. 

계사가 상대적으로 밝은 까닭에 천정에 전등 한 줄을 덜 달아 설비비를 줄였을 뿐 아니라 매달 전기세 절감 효과도 톡톡히 해낸다. 또한 농장에 차단기가 떨어졌을 때 윈치를 열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며 겨울철 자연환기가 가능한 장점도 있다.

특히 사료허실을 줄이기 위해 급이기 높이를 수시로 조정한다. 닭들은 급이기에 발을 하나 걸어놓고 사료를 먹는 습성이 있는데, 이 경우 사료가 밖으로 많이 튀어나온다는 것. 때문에 사육단계에 맞춰 발을 걸 수 없는 높이로 급이기를 수시로 조정해 사료허실을 대폭 낮추고 있다.

 

# 미네랄 함유한 해양심층수 급여

이같은 목골농장의 전매특허는 닭들에게 동해에서 취수한 해양심층수를 급여한다는 점이다.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닷물로 마그네슘, 칼륨, 아연, 셀레늄, 인, 망간, 칼슘, 나트륨 등 70여 종의 천연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 

‘사람에게 좋은 물은 닭에게도 좋다’는 이 대표의 판단 하에 화학약품으로 만들어진 첨가제 대신 미네랄이 가득 든 해양심층수를 톤당 24ℓ의 비율로 혼합 급여하고 있다.

이같이 해양심층수를 마시고 자란 닭들이 낳은 계란은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고소하다. 또한 노른자가 탱탱하며 껍질이 두꺼워 파란율도 낮아 소비자 반응도 좋다.

 

# 방란 발생 가능성 사전에 없애

방란을 줄이기 위한 목골농장만의 방법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방란은 오염되기 쉽고 금이 가서 깨지거나 다른 닭들이 먹는 경우도 있으며 품질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 즉, 방란은 농가의 수익감소로 직결되는 만큼 방란 가능성이 높은 어둡고 구석진 곳을 없애 이를 미리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목골농장은 어둡고 안락한 환경에서 알을 낳는 닭의 습성을 이용해 난상을 만드는 한편 최대한 어두운 곳이 생기지 않도록 계사를 설계했다. 또한 코너 부분에는 합판을 비스듬히 대 구석이 없게끔 조치하고 있다.

이종택 대표는 “방란은 낳은지 몇 시간이 됐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어 무조건 폐기를 원칙으로 한다”며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가 더 커 무조건 폐기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 절감

자동 집란 시스템을 설치해 외부인력 없이 가족끼리 농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생산비 절감에 일조하고 있다.

목골농장은 여느 동물복지 유정란농장과 달리 계란 수거부터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닭들이 난상에 알을 낳으면 굴러 내려와 집란벨트를 타고 이동된다. 이렇게 선별장에 들어온 계란은 자동으로 세척·살균과정을 거쳐 선별·포장된다.

이 대표는 “매일 알을 수거하려면 외부인력을 최소 2명은 고용해야 하는데, 150만 원만 준다 치더라도 4대 보험과 퇴직금까지 최소 연간 4000만 원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자동화 시스템은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 동물복지로 산란율↑폐사율↓

목골농장은 HACCP과 친환경 인증에 이어 지난 2018년에는 검역본부로부터 동물복지 농장으로 정식 인증받았다. 

동물복지 기준에 맞추다 보니 사육마릿수가 기존 1만 마리에서 8000마리로 20%나 줄어 ‘수익을 맞출 수 있을까’란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마리당 활동공간이 넓어지니 닭들의 스트레스가 줄어 산란율은 90%에서 96%로 6% 올랐고 폐사율은 50% 이상 줄었으며 계란값은 더 받으니 수익은 비슷했다. 투자 대비 이익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이종택 대표는 “10억을 투자해 12억을 버는거나 5억을 투자해 7억을 버는 거나 2억을 버는 건 마찬가지”라며 “적게 투자하고 이익은 같으니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고곡가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첫째도 원가절감, 둘째도 원가절감”이라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행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란작업장. 계란은 전 자동 시스템을 통해 선별·포장된다.
계란작업장. 계란은 전 자동 시스템을 통해 선별·포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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