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 연천산양랜드

차별화 마케팅 주효…산양유 프리미엄으로

초기 자본 적게 들고 관리 수월
1ℓ에 2만원…가격도 큰 메리트
판로 마땅치 않아 처음에 위기
수제치즈·요구르트 제작해 반전

치즈 구워먹는 스위스 전통요리
‘라클렛 레스토랑’ 개점 대성공
목장 방문 이어져 판매 급성장
일반 사료 배제 알팔파만 급여

농업회사법인 연천산양랜드 유산양의 모습.
농업회사법인 연천산양랜드 유산양의 모습.

 

★김재린 대표가 말하는 성공비결

 

 

  • 특별한 스위스식 산양 수제치즈·산양요구르트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 이국적인 유산양 치즈 레스토랑을 운영해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 유산양에게 알팔파 건초와 천연 제철과일을 먹여 산양유 품질을 높였다.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국내 유산양 사육마릿수는 3만 마리, 농가는 대략 150여 농가다.

산업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영세한 규모다. 인프라는 미미하고, 유산양의 젖인 ‘산양유’를 유통하기도 만만치 않다. 산양유 하나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이다.  

농업회사법인 연천산양랜드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유산양 목장이다. 산양유 생산·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유제품인 산양 수제치즈, 산양요구르트도 병행 유통했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을 넘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연천산양랜드만의 특별함이 궁금하다.  

 

# 생각과는 달랐던 유산양 목장 

김재린 연천산양랜드 대표는 지금도 유산양 목장을 운영하는 게 꿈만 같다. 공대 졸업 후 15년 스위스 유학생활로 얻은 경험으로 무역회사를 20년 넘게 꾸려온 그녀에게 목장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상관없는 일이었다. 건강을 추스르고자 10년 전 연천에 잠시 자리를 알아본다는 것이 그대로 눌러앉을 줄 그땐 상상조차 못했다. 

경기도 연천의 풍광 좋은 산중턱에 마련한 보금자리가 어느 샌가 유산양 목장으로 탈바꿈했다. 덩달아 경찰공무원이었던 남편도 애꿎게도 정년을 10년 앞두고 퇴임하게 됐다.

김재린 대표가 유산양 목장을 선택한 이유는 초기자본은 비교적 적게 들고, 유산양은 몸집이 작아 관리하기 편해 이상적인 전원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또 1ℓ에 2만 원에 판매되는 산양유의 가격도 메리트가 있었다. 

김 대표의 목장생활은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듯 보였지만 꿈이 산산이 깨치는 데에는 불과 몇 달이면 충분했다. 예상했던 초기비용은 물먹는 하마인양 끝을 모르고 계속 늘어났고, 새끼 유산양은 사람이 안고 일일이 포유할 만큼 손길이 많이 갔다. 

또 판매해야 하는 산양유는 마리당 2~3ℓ가 나오면 많이 나왔다 할 정도로 유량이 적었다. 그것조자 판로가 마땅치 않아 내다버릴 정도로 산양유 판매가 저조했다.

 

# 스위스식 수제치즈로 급반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산양유만으로는 더 이상 목장을 유지하기 힘들만큼 어려워졌다.

본인의 경험을 살린 특별함으로 재기의 발판을 노렸다. 

김재린 대표가 스위스 유학시절 치즈·요구르트 가내수공업체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을 살려 국내산 산양 수제치즈·요구르트 제작을 시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연천군에 ‘라클렛’(치즈를 구워먹는 스위스 전통요리) 레스토랑도 개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재린 대표의 레스토랑을 방문한 손님들은 “꼬리꼬리한 진한 치즈향이 중독성이 강하다”며 “시중에서 먹어본 일반 치즈와는 맛이 다르다”고 극찬했다. 또 다른 손님은 “예전에 유럽에서 맛본 치즈를 여기서 봤다”며 산양 수제치즈를 따로 주문해 포장해 갔다. 후식으로 제공된 산양요구르트도 인기를 끌었는데, 손님들은 별도로 구매하겠다며 판매를 요구해왔다. 특히 레스토랑을 방문한 손님들이 목장방문으로 이어지며 산양유 판매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유산양 사육마릿수를 200마리까지 늘렸고, 목장 부지를 넓혔다.

김재린 대표는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스위스식 산양 수제치즈와 산양요구르트를 만들 수 없었다면 지금쯤 목장은 폐업했을 것”이라며 “유산양 목장은 확실한 유통채널이 없으면 산양유 판매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유산양에게 ‘알팔파’만 급이 

연천산양랜드의 산양유와 유제품이 특별한 것은 김재린 대표의 솜씨만은 아니다. 

포유부터 착유까지 유산양 사육을 책임지고 있는 남편 정영진 씨가 큰 역할을 한다. 정영진 씨는 “얼떨결에 경찰복을 벗고 아내 말만 듣고 목장에 발을 담갔다”며 “병아리도 안 키워봤던 내가 이제는 유산양 울음소리만 들어도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영진 씨는 유산양 먹이로 사료는 안 먹인다. 대부분 사료를 먹이는 유산양 목장들과는 달리 전량 ‘알팔파’ 건초만 급이한다. 가령 알팔파 외 다른 건초를 먹이면 산양유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먹이는 알팔파만 고집한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알팔파 가격이 급등했지만 산양유와 유제품 품질을 위해선 알팔파를 따라올 건초는 없다고 말했다. 

또 사과 등 신선한 과일로 유산양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과일에 함유된 천연비타민은 유산양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산양유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정부에게 외면 받는 유산양

김재린 대표는 유산양 목장들은 정부의 애정 어린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경우 정부가 유산양 목장에 60% 이상 지원해 육성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정부지원과 보조사업이 일절 없다는 거다. 또 기본적인 사양관리 데이터도 구축되지 않아 시작할 때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재 구입도 어렵다. 유산양 목장들은 국내에서 기자재를 구할 수 없어 개별적으로 유럽에서 수입해 사용하거나, 젖소용 기자재를 개조해 사용한다. 

김재린 대표는 “유산양도 분명한 축산업의 축종 중 하나인데 규모가 작다고 정부로부터 외면 받는다고 생각된다”며 “얼마 전 TV에도 출현한 한 유산양 목장이 견디다 못해 폐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산양유에 시선이 쏠리며 대기업들이 산양유 프로틴 등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유산양 목장들과는 거리가 멀다”며 “외국산 산양유 분말을 수입해 가공한 제품과 국내 목장에서 정성들여 유산양을 사육해 착유한 생유와 수제유제품을 구분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편 정영진 씨가 유산양에게 알팔파를 먹이고 있다.
남편 정영진 씨가 유산양에게 알팔파를 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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