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재 서울대 명예교수(축산 바로알리기 연구회장)

“‘축산물이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은 낭설”

엔셀 키스 박사의 왜곡된 주장
비만과 심혈관 질환 고민하던
미 정부 수용해 식단으로 권고
오랜 기간 정설처럼 자리매김

오히려 탄수화물 과다 더 위험
내장지방 증가·혈관 등 치명적
채식만으론 필요 영양소 부족
많은 연구자들, 균형식단 권유

가축, 온실가스 배출량 과장돼
최근 들어 동물복지도 도입 붐
“육식 나쁘다” 편중 사고 깨고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 제고를

 

언젠가부터 육식하는 행위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반면에 채식하는 행위가 올바른 문화인양 잘못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육식이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환경 또는 윤리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며 점점 많은 비판까지 받고 있다. 채식은 상대적으로 건강에 이롭고,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라는 잘못된 프레임 속에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글은 건강, 환경, 윤리적 측면에서 축산업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들을 점검한 후에, 축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성찰할 지점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 육식이 건강을 해친다는 편견

그렇다면 육식, 또는 축산업에 대한 비판이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그 시작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영양생리학자 엔셀 키즈(Ancel Keys) 박사가 곡물을 건강한 식단의 주요성분으로 지정하고, 지방을 비만과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육식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되었다. 엔셀 키즈 박사의 영향으로 1980년 USDA(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미국 농무부)는 지방을 적게 먹고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을 권고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USDA의 권고안이 나온 시기가 정확히 미국인들의 비만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USDA는 2015년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기 위해 육식을 제한하는 그들의 식단 권고안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철회했다. 그러나 엔셀 키즈 박사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진 이후에도 육류 또는 유제품과 같은 축산물이 건강에 해롭다는 낭설은 늘어만 갔다. 

탄수화물이 필수 3대 영양소라고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탄수화물에 편중된 식단을 유지할 경우 체내에서 에너지로 소비되지 못한 혈중 포도당이 결국 장기 사이에 위치한 내장지방을 증가시켜 심장 및 혈관 등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육식을 통해 섭취하는 동물성지방 및 필수아미노산 등은 채식을 통해 섭취할 수 없는 영양소라는 점에서 건강을 위해서, 특히 노년기의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식과 채식의 균형이 잡힌 식단으로 식사를 해야만 한다. 오랜 역사에서 인류의 건강을 지켜왔던 육식을 편향된 시각으로 건강을 해치는 물질로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육식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편견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은 앞으로 우리 시대를 지배할 중요한 키워드이다. 최근 몇 년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를 중심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여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육식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여러 비판들은 축산업을 기피해야 할 산업으로 잘못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교통 부문의 배출량보다 많다거나, 축산업이 부족한 물과 자원을 계속 소모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인 비판들이다. 

문제는 축산업이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정도가 과장 보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의 배출량은 약 7% 정도로 알려져 있고, ‘2021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축산업은 2019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채식을 하는 것으로 지구환경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또한 매우 과장되었다. ‘토지사용과 기후변화’ 보고서는 육식 뿐 아니라 식량 손실과 음식 낭비, 식습관에 영향을 주는 것 등 식량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함께 지적했음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고기를 대신하여 인류의 식단을 모두 책임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곡물과 야채를 더 생산해야 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 육식이 비윤리적이라는 편견

윤리적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축산업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육식을 기피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언론이 가축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있는 소위 공장식의 축산 장면들을 자주 노출시킴으로써 많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육식하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문제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국제 표준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국내의 관련 법규 또한 정비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2020~2024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축산 가축의 복지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향후 축산 동물들의 개별 특성들을 고려한 사육 방식 및 운송·도축 단계별 동물복지 기준으로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물론 이러한 동물 복지 문제는 농가의 비용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모든 것은 균형이 중요

무엇이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현실은 육식을 둘러싼 논란이 ‘좋다’ 또는 ‘나쁘다’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혀 생산적인 방식으로 논의되지 않는 것이다. 육식이 좋다고 채식이 나쁘다는 것도, 육식이 나쁘다고 채식만 좋다는 프레임은 결국 우리의 건강을 해칠 뿐이다. 육식과 채식의 균형 잡힌 식단으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과 윤리적 측면에서 논의되는 축산업 역시 그러하다. 축산업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축산업을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모두의 식습관을 채식으로 전환한다고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윤리적으로 문제되는 부분들도 정부와 축산업 농가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여전히 육식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질까? 여기에 우리 축산업 관계자들의 책임은 없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비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는가. 채식주의자들이 소리 높여 육식을 비판하고, 채식을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라고 프레임화 하며 기업들로 하여금 채식 시장을 만들도록 독려했던 시간 동안 말이다. 

균형감은 축산업 관계자들에게도 필요한 때이다. 이제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축산업의 장점을 널리 홍보하고, 우리들이 노력하고 있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 역시 중요하다. 또한 채식만을 고집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건강적, 환경적, 윤리적 문제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지 못하도록 주시하고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바람을 먼저 읽어내는 데도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결국 축산업은 인간, 동물, 사회, 환경이 모두 어우러져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때 유의미하게 지속가능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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