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의 ‘주권(主權)’에 대한 의식은 묘하다. 눈에 보이는 풍족함만 있으면 권리가 자연스럽게 보장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안보주권을 이야기하면서 사드 재배치를 말하고, 식량주권을 강조하면서 무차별 수입 정책을 구사한다. 남의 것을 기반으로 한 주권이 과연 주권이란 말인가?

 

앞·뒤 안 맞는 모순만


‘사드’는 우리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운용권도 대통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합사령관에게 있다. 외국산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자국민의 먹거리를 수출국들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는 주도적 권리를 가진 자주적인 것이 아니라 ‘종속’이다 
주권국이란 국제법상으로 다른 어떠한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국민의 안위를 위한 모든 것을,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윤 정부를 비롯한 각료들의 행태를 보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의 성찬일 뿐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그 실행 면에서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내세우는 정책마다 모순투성이기 때문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의 업무보고에서도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식량자급률을 50% 이상”을 주문했다. 이 주문은 무지의 소치이지만 그의 무지를 탓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대해 그 주문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고 어떤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한지를 한 마디도 일깨워주지 못한 정 장관의 태도다. 그러니 대통령은 자급률이 명령 한 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식량 자급률은 한 나라의 전체 식량소비량에서 자국산 식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국민들의 식습관에 따라 등락이 달라지기 때문에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것이 곧 기아사태를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일본은 식량자급률이 낮기는 하지만 필수 식량 대부분은 일본 내에서 자급할 수 있어 기아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식량 자급률이 90%가 넘는 북한의 경우에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급 외에 수입까지 포함해 해당 국가의 필요량에 대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느냐가 사실 더 중요하다. 현재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47%정도다. 하지만 곡물자급률만 놓고 보면 20% 초반대다. 그나마 쌀만 100%에 가까울 뿐, 식생활 변화로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밀의 경우엔 0.8%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금 윤석열 정부가 식량자급률을 높인다는 의미는 수입량을 그만큼 더 늘려 국민들의 식량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부가 내세우는 것인 농업 부흥을 앞세운 식량안보였다. 때문에 그 첫 번째로 곡물자급률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2012년에는 2017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24.4%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2022년까지 32%로 높인다고 했지만 오히려 2020년에 이미 20.2%로 뒷걸음질 쳤다. 

 

화려한 문구는 허상


각 정부들이 대책은 세웠지만 실행 방안도 의지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선거 때만의 공약으로 부각될 뿐 정작 농업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다. 
각종 대책들이 얼마나 엉성하고 책상머리의 행정인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들이 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식량자급률 확보 방안으로 민간 전문기업 중심으로 해외 곡물엘리베이터를 2곳 추가 확보하겠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2008년 곡물파동 이후 정부는 해외농업개발로 138만톤, 국제곡물사업으로 505만톤 등 총 643만톤의 곡물을 생산해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2011년 aT센터의 곡물사업은 실패했고, 하림 팬오션 미국 사업과 포스코의 우크라이나 사업은 시도단계다. 
지난 수십년 간 연해주와 동남아시아지역 농업 개발 사업을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작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겠다고 어설프게 또 시작할 것이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해외 농업개발사업, 국제곡물사업 등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GS&J인스티튜트는 “일본 젠노가 국제곡물사업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 국가, 현지 상인, 곡물 메이저 등의 견제가 매우 심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일본의 경우를 연구해서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곡물생산량은 약 407만톤이고 수입량은 약 1676만톤이다. 올해 세계적으로 곡물‧비료 수출 제한조치는 57건으로, 작년 12건에 비해 45건이나 늘었다. 이는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식량을 구입할 수 없는 ‘식량 안보’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식량안보는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항상 적정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는 상태를 보장해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 것이다. 더 이상 화려한 문구로, 국민을 현혹하는 슬로건으로 국민의 먹거리를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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