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마리 없던 낙농 산업 제도개편이 아슬아슬하게 탈출구를 향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몇 차례 공방전을 주고받던 정부와 생산자측이 공전을 거듭하다가 원유가격 인상이라는 낙농가들의 아킬레스건을 정부가 움켜쥐면서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생산자 단체가 계속해서 제도개선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다면 더불어 원유 기본가격 인상 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부의 뜻대로 끌려가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그동안 생산자들과의 대화와 소통으로 제도개선 취지를 이해시키고 추진하겠다던 정부는 급한 기색 하나 없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생산자들이 조급하게 정부에 대화의 창구를 열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유가격 협상의 직접당사자인 유가공협회와 유업체를 향해 목소리를 내어봤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8월이 넘어서면서 원유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자 생산현장의 농가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조속한 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공협회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도 한 발 뒤로 물러서 제도개선이 선행될 시에만 적극적으로 원유가격 협상을 돕겠다고 밝히면서, 유업체와 같은 입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게다가 설명회의 흥행 부진과 현장에서 이뤄진 질문 세례 등을 생산자 단체가 사주한 것으로 풀이하면서, 생산자 단체와의 대화단절까지 선언한 게 곧 한 달을 채워간다. 
그 와중에 8월 상반기 유대 정산 직전인 지난 16일 서울우유가 유대 인상분에 준하는 긴급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 농식품부 눈 밖에 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이미 서울우유의 의사결정 이전부터 농식품부가 비공식적으로 서울우유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한 가운데 독자적인 결정을 할 경우에는 정부 정책과 지원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전달한바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정부는 이튿날 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긴급 자금지원이라는 서울우유 공식 입장에 내포된 리터당 58원 인상을 공론화시키면서 서울우유를 정책지원과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에서 배제할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과거와 같았더라면 서울우유가 자체적으로 원유가격 인상을 단행했을 경우, 이를 도화선으로 진흥회, 일반 유업들이 뒤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단호한 정부의 선 긋기로 인해 연쇄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는 정부와의 기나긴 싸움에 생산자들은 점점 진이 빠지고 정부는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아니 오히려 농식품부의 전략이 통했을까. 벌써 세 번의 계절이 흐르도록 이어진 투쟁에 여기저기에서 볼멘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는 정부가 생산자 단체를 패싱하고 집유 주체와 지역별 생산 농가, 유업체 등을 돌며 수차례 반복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얻은 성과라면 성과일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누가 봐도 농식품부가 승기를 잡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각각 처한 환경과 처지가 다르므로 전체 농가의 동의를 얻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제도라는 것은 만드는 과정도 어렵지만, 이를 이행해나가는 과정이 더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올바른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생산자들을 대표해 대변할 수 있는 생산자 단체의 중추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갈등을 봉합하고 신뢰를 회복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생산자단체와 농식품부가 다시 의기투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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