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낙농가와 정부가 전면전을 시작하고 꼬박 1년이 흘렀다. 
지난해 물가안정을 이유로 원유가격 인상을 만류하던 정부와 원유가격 인상을 고집했던 낙농가. 결국엔 낙농가의 뜻대로 원유가격 21원을 인상하는 성과를 일궈 내면서 낙농가의 승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낙농가들은 해를 넘기도록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올해는 이미 적용 시점인 8월 1일이 지나도록 원유가격 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아직 협상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현행 연동제에 따라 통계청 우유 생산비(5월 24일) 발표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원유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를 구성(학계1, 생산자3, 수요자3)하고, 올해 원유가격 협상 범위를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협상테이블에는 아무도 앉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유업체가 원유가격 협상위원회 구성을 거부하면서 올해 원유가격에 대한 논의가 지연된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협상키는 역시나 정부가 쥐고 있다.
농식품부는 원유가격을 쥐어 잡고 낙농제도개선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생산자들의 소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아킬레스건을 쥐고 정부 주도의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원유가격이 인상되면, 생산자측이 제도개선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정부는 제도개선 선행을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에는 제도개선의 단추를 꼭 잠그고 말겠다는 정부는 지자체에 협조를 구해 농가 설명회를 진행하고 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제도개선 방향을 설명하기 바쁘다.
정부는 낙농가와 농협, 지자체 등과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개선을 마무리 짓겠다고 반복해서 발표하고 있다. 생산자단체는 뒤로 제쳐둔 채 일을 진행하면서도 생산자단체와의 기 싸움은 쉬지 않는다. 경기도와 강원 설명회에 참석인원이 저조한 것에 대한 화살을 생산자단체로 돌린 정부는,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면서 공식적으로 생산자단체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생산자단체가 같은 날 오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농가들이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는 입장에 대한 답은 소통 중단이었다. 생산자단체가 급히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오해에 관해 설명하며 당혹감을 표했으나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생산자단체를 고립시키고도 정부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자신이 있는 것인지, 현장의 의견이 필요 없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생산자단체는 현장 농가들의 요구에 따라 8일부터 유업체를 대상으로 한 규탄 집회를 5일간 이어간다. 
정부는 제도개선, 낙농가들은 원유가격 인상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정부가 바라는 신뢰를 새로 쌓기에는 서로가 갈 길이 너무나 멀고, 다른 게 현실이다. 
각자 주어진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데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고 불필요한 감정싸움까지 뒤섞였다.
긴 싸움 끝에 본질은 흐려지고 퇴로 없는 기 싸움으로 번진 이 상황이 안타깝다. 정부가 제도개선을 하려는 목적은 낙농가의 경쟁력 강화이다. 낙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인데, 이토록 농가들이 반발한다면 자세히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주어진 숫자 내에서 적당함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생존권이 걸린 사람들에게 적당히는 통하지 않는다. 서로의 입장만 고수한 싸움의 결말은 잔혹할 것이 분명하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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