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현 한국양봉협회장

 
한미FTA 등 축산물의 수입개방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축산단체들이 한미 FTA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편으론 정책사업 개발 등을 통해 개방 대비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축종 이외의 생산자단체와 관련단체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파묻히고 있어 인터뷰를 통해 각 단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 한미 FTA가 체결되면 양봉분야는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가.
▲천연꿀을 제외한 모든 양봉산물들이 완전 개방된 상황이다. 천연꿀만이 240% 대의 고율관세로 묶여 보호받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가짜 꿀의 범람과 공급초과로 재고가 폭증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또한 몇 년 사이 중국산 보따리상이 값싼 벌꿀을 대량으로 들여오고 있어 양봉산업은 현재로서도 붕괴직전에 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산 벌꿀과 달리 미국 등에서 현재 소분(소량포장)되어 들어오고 있는 430톤의 MMA 벌꿀의 경우 진짜 가짜 논란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대형마트 등에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하니 만약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현재 4만3000농가로 추산되고 있는 양봉농가 중 전업농가 대부분이 도산할 것으로 보이고 부업 농 대부분도 사업을 접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근 천연꿀의 재고가 가짜꿀과 보따리 상 등으로 인한 문제라면 대책은 없는가.
▲현재 가짜꿀은 물엿 등에 약간의 벌꿀을 첨가하는 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가짜꿀 제조 등으로 처벌을 받겠지만 지금은 표기만 제대로 한다면 유사꿀도 유통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가짜꿀이 ‘벌꿀 차(茶)’와 같은 형태로 표기되고 있고 성분표시만 제대로 한다면 면죄부가 부여되는 상황이어서 별다른 대책이 없다. 영양가치가 떨어지는 당분덩어리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우리협회에서는 천연꿀이 99%가 아닌 경우는 꿀이라는 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식약청 등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협회의 경우 성분분석을 통해 국내산천연꿀에 대해 인증을 해주고 있고 농협도 자체 보증사업을 통해 유사벌꿀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보따리 상 문제도 세관 등에 가지고 들어 올수 있는 양을 1kg 이내로 제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손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다.

- 가짜꿀 문제로 인해 한미 FTA 체결 시 국내양봉산업의 붕괴가 예상된다. 정부에 어떠한 논리로 양봉산업의 보호와 예외품목 지정 등을 요구할 것인가.
▲우리협회도 다른 농축산단체와 같이 한미 FTA체결에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먼저 밝히고 싶다. 양봉산업은 미국이나 EU 등 일부 농업 선진국가의 경우 기간산업으로 간주되어 보호받고 있다. 단지 양봉인들이 꿀을 뜨게 하려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양봉산업이 가져다주는 공익적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화훼와 과수, 채소 등 대부분의 경종농업은 꿀벌의 화분매개가 없다면 결실이 불가능해지고 생산성이 급감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부 인공수분을 통해 꿀벌의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는 논리도 있지만 우리의 산야까지 모두 인공으로 수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화분매개곤충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미국의 경우 양봉산업이 화분매개를 통해 끼친 경제적 이득을 과실과 각종 사료작물 등을 합해 약 19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양봉산업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를 따져 예외품목 지정 등 보호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양봉산업의 부흥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재민 기자 jmkim@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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