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돼지 지육시세는 4월 18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날 5000원/kg을 넘어섰으며 5월 3일에는 최고가인 6786원/kg까지 상승했다. 지금은 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과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지육시세는 제자리로 회귀 중이다.
돼지가격 변화는 매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4월부터 8월까지 상승하고, 9월 이후 하락세에 들어선다. 겨울에는 최저 가격으로 내려간다. 1년 중 수익 발생 시기와 손실 시기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흐름에 임의로 인위적인 힘을 가할 경우 돼지가격 폭락이란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올해 돼지고기 공급량을 살펴보면 국내 돼지 출하는 1830만 마리로, 최고 물량을 기록했던 2019년(1782만 마리) 때보다 50만마리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할당관세 물량을 추가하면 올해 돼지고기 공급량(생산량+수입량)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른다. 상반기 돼지고기 수입량은 23만 6560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 2688톤보다 7만 3872톤(45.4%)이 늘었다. 올해 수입량은 지난해 물량(33만 2757톤)을 넘어, 역대 최대 수입량을 기록했던 2018년 물량(46만 3521톤)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하반기 지육시세가 4000원대로 추락할 경우 모돈 200마리의 평균 규모 양돈장은 계절적인 영향으로 돼지가격이 내려가는 7개월 동안 2억원이 넘는 적자를 버텨야만 한다. 사실상 줄도산이 예고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농가의 경영위기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할당관세 조치는 대한민국 축산업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도 국내 축산업은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한 연이은 사료가격 폭등, 인력부족·인건비 상승,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3중고, 4중고의 악재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당관세 조치로 외국산 축산물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 돼지가격 폭락과 함께 농가의 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외국산 축산물을 활용해 물가안정을 꾀하는 정책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농가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이다. 무관세 축산물 수입 확대는 소비자편익은 크지 않고 수입업체와 유통업계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부실정책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식탁을 외국산 축산물로 채워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멀지 않은 어느 날 생산비 급등과 돼지가격 폭락 현상이 함께 농가를 어렵게 할 때가 온다고 경고한다. 2012년 할당 관세 조치로 인해 무분별하게 돼지고기 수입량이 급증한 수개월 후에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돼지가격 폭락 시기는 반드시 온다. 이 기간이 짧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2013년과 같이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날 경우 산업기반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정부는 국내 축산업 육성만이 물가안정과 식량안보를 동시에 실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축산 진흥정책을 세우고, 가축 사육기반 확대를 위한 과감한 지원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축산농가도 예정된 불황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대출 금액을 최대한 줄이고 현금 보유를 늘리며, 의미 없이 빠져나가는 금액은 없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농장의 경영 및 자금흐름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이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다. 예정된 불황을 지혜롭게 준비하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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