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난 11일 전국한우협회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소고기 무관세 수입 등과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황근 장관은 “농업계 양보가 필요한 경우 지원과 병행돼야 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과 저의 생각”이라면서 “농식품부는 농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부처로서 앞으로도 농업계 보호와 자급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리고 한우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소고기 무관세에 항의했고, 전국 한우 지도자들은 장관과 현안공유와 규제 개선을 협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협의를 했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함께 자리를 마련한 것이 성과인 걸까? 서로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정 장관의 “농업계 희생이 필요할 경우, 지원을 함께 하겠다”는 말을 곱씹어보면 최근 농식품부의 축산 지원을 전제로 깔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서로의 입장만 전달


농식품부는 지난 8일 축산농가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이라며, 축산농가 사료비 부담 완화와 도축수수료 지원을 내세웠다. 2차 추경예산을 통해 사료구매자금 융자지원 규모를 3550억원에서 1조5000억으로 확대하고, 금리를 연 1.8%에서 1%로 인하하는 동시에 사료구매자금을 저리로 지원받은 농가의 상환조건을 올해 한시적으로 개선한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이로써 축산농가는 대출금을 최대 5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게 되어 사료비 부담에서 한시름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세계 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축산농가가 이 상태로는 도저히 축산을 경영할 수 없으니 되도록 빨리 정부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던 것이다. 지금 물가상승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진작 지원했을 이러한 지원책을 농식품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거의 전체 축산물에 대한 무관세 수입과 교묘하게 연계하는 빙식을 썼다. 그리고 하는 말이 ‘피해보상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정 장관의 ‘농업계의 양보가 필요한 경우’라는 말은 농업계는 언제든 희생되어도 좋을 산업이라는 말로 들린다. “다른 산업을 위해 언제든 너희 농업계는 희생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해주겠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우협회는 함께한 자리에 의미를 뒀다. 김삼주 회장은 “이날 간담회 자리는 한우지도사와 함께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예정된 소중한 자리이므로 정부의 전향적 태도와 정책 검토 및 시행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강회된 각종 환경규제로 이탈농가가 가속화 되고 있는 지금까지의 축산업은 그나마 농가 스스로 악전고투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적 악조건 상황 속에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나 CPTPP(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지협정)의 가입은 국내 축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거의 전축종의 무관세 수입은 정부가 앞장서서 벼랑 끝에 서 있는 축산농가들의 등을 떠미는 격이다. 이는 축산업으로서는 재난의 수준을 넘어 이미 재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황근 장관이 뜻을 같이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존경하는 인물로 신자유주의 경제의 문을 연 밀턴 프리드먼이다. 경제학자에게 큰 의미를 갖는 이 이름은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한 명의 경제학자일 뿐이다. 

 

농축산업 희생 당연?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경제이론이 주로 실행된 최근의 세계 경제는 빈부의 격차와 선진국-개도국의 격차를 더 벌려놓았으며, 한 국가 내에서의 산업 격차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정부는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규정과 규칙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둘째, 정부 자산을 기업들에게 매각해 이윤을 내게 해야 한다. 셋째, 사회 프로그램의 지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우리 축산업의 현실에 대비하면 이렇다. 첫째,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모든 규제와 규칙을 풀어 대기업이 자유롭게 축산업에 진입해 이윤을 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공공자산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는 공적 기관들을 민간 대기업에 이관해야 하며, 셋째, 농축산인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모든 사회 프로그램을 즉각 중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프리드먼의 이론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민영화, 수입 자유화, 보조금 철폐 등 공적 지원의 축소다. 지금 축산업에는 그것들이 하나하나 진행 중이다. 
축산농가가 농식품부 장관에게 원하는 것은 거대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것이 아니라, 농축산업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정부에 개진해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농축산업 무시, 몰이해로 인한 막무가내식 농정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그들을 설득해 농축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일을 저지르고 미안한 기색도 없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 달라는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그래야 농축산 농가도 함께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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