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조금만 올라도 수입
물가 빌미 식량주권 포기
되풀이 되는 무대책 농정
정부 귀 닫자 농가 거리로
생산자단체 “끝까지 투쟁”

생산자 단체장들이 정부 규탄 기자회견장 가축 영정사진 앞에서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생산자 단체장들이 애환을 담아 헌화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축산물 수입 장려 정책 즉각 철회하라. 무관세 조치에 축산농가 다 죽는다. 농가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언 발 오줌 누기식 물가안정 대책 중단하라. 수입 망령 정부를 규탄한다.”
한우·낙농·한돈·닭 생산자와 수의사회·축산물처리협회 등 축산단체들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축산물 무관세 수입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외국산 축산물은 무관세로 지원하고, 국내 축산물은 각종 환경 규제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한번 잠식당한 시장은 다시 찾지 못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산 축산물 생산량이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사료가격 폭등으로 인해 생산비는 급증한 상태에서 할당관세 적용은 축산농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축산농가를 살릴 근본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할당관세 조치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한우의 영정사진.
할당관세 조치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한우의 영정사진.

 

정부는 지난 8일 대통령 주재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연말까지 축산물 무관세 수입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일부터 소고기(10만톤), 닭고기(8만 2500톤), 전·탈지분유(1만톤)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연말까지 실시하고, 6월 22일부터 무관세 적용 중인 돼지고기(5만톤)에 대해 2만톤(삼겹살)을 추가 수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축산물 할당관세 적용은 축산업 말살이자 식량주권 포기 선언과 같다”며 “축산물은 물가 상승 주범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축산물을 희생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오직 물가와 가격 잣대로 맹목적 수입을 장려해서는 안된다”고 질타했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정부는 국내 농축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입을 하려 한다. 이 정부는 다를 줄 알았다. 대한민국 헌법 123조에 국가는 농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정부는 무분별한 축산물 수입으로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우의 연간 도축물량이 80만마리가 안되는데, 10만톤 무관세 소고기 수입은 국내산 자급률(2021년 기준 36.8%)을 더욱 떨어뜨리고 한우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월요칼럼 2면>
또한 “10만톤을 소 마릿수로 환산하면 약 40만마리(1마리당 정육 환산 250kg 기준)에 달하며, 1년 한우 생산량의 50%에 달하는 물량”이라며 “한우 암소 5만마리 감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8배의 수입 소고기가 장벽 없이 건너온다”고 질타했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축산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물가를 잡는다며 농가를 다 죽이려 한다”며 “할당관세가 물가를 잡으려는 목적인가, 대기업을 살리려는 목적인가”라고 반문했다.또 “농가는 치솟는 사료가격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정부는 오로지 대기업만 걱정하고 있다. 사료가격 안정 대책 및 농촌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축산농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외국산 닭다리 원가가 28% 상승했다. 외국산 축산물에 할당관세를 적용해주면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환율과 기름 가격이 오르고 사료가격이 폭등했지만 국내 축산업에는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국내 농업에도 할당관세에 버금가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은 “닭고기 가격은 우리나라만 오른 게 아니다. 전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으로 냉동 닭다리 수입가격은 작년 대비 30%가 상승했다”며 “정부에서 관세 20%를 없앤다니 수출업체들은 닭고기 단가를 올릴 준비를 한다. 할당관세는 외국산 닭고기의 가격만 올려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육계농가와 계열사는 합심해 생산비를 단돈 1원이라도 낮추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민생안정을 위한답시고 수입을 일삼고, 육계인들이 죽는 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