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 농가가 입증하라”
시, 피해보상 요구 나몰라라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경북 영주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성초 씨의 얼굴이 어둡다.
수 십 년 째 양봉업을 하고 있다는 그에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지난 2년간의 흉작에도 벌꿀을 채밀했지만 올해는 전혀 못했다. 봉군 120군 전체가 농약으로 집단 폐사해서다. 
폐사한 꿀벌 값으로만 1억2000여 만 원에 달하는 피해다. 
꿀벌 폐사의 원인은 과수농가에 사용된 농약이었다.
꿀벌 폐사체 표본을 농립축산검역본부에 의뢰한 결과 ‘세빈’이 검출됐고, 영주시에서 과수농가 방역을 위해 살포한 농약과 동일성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적과제의 일종인 세빈은 꿀벌 등 화분매개곤충에 매우 치명적이다. 미량에 노출돼도 꿀벌이 전멸하는 급성독약이다. 때문에 꽃이 개화하면 살포해서는 안 되고, 부득이하게 살포할 경우 고지가 일반화될 정도로 주의를 요하는 농약이다. 또 기준치 이상을 살포하면 농약안전사용기준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김씨는 해당사실을 영주시에 알리고 꿀벌 집단폐사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영주시는 발뺌하는 모양새다.
김씨에 따르면 영주시는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다며 꿀벌 집단폐사의 인과관계를 양봉농가가 입증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김씨의 요청으로 영주경찰서에서 목격자, CCTV 등을 토대로 영주시 소속 차량이 농약을 살포한 것으로 밝혀내자 “농약을 살포한 것은 맞으나 고의성은 없었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는 거다.
이후에도 피해보상을 위한 영주시의 조치가 없자 김씨는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는 “영주에서 농약으로 피해를 본 양봉농가만 10여 농가 이상이고, 전국적으로 농약에 피해본 양봉농가들은 셀 수 없이 많다”며 “피해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혔는데도 피해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는 지자체에 분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주시 양봉농가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다른 지역 양봉농가들과도 연대해 농약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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