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먹거리 생태전환교육 계획에 따라 우리 학교의 ‘그린급식 데이’ 운영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먹거리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행동 양식 변화를 위해, 먹거리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학교는 ‘그린급식 데이’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서울에 사는 한 학부모가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받은 가정통신문 내용이다. 
축산 관련 기업에 다니는 이 학부모는 가정통신문을 보고 느낌이 싸했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먹거리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행동 양식 변화’란 결국 ‘육식보다는 채식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게 채소 위주의 식단이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육식을 깎아내리는 듯한 인상을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은 지난달 19일 “지나친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개선하고 채식 급식을 할 수 있는 급식환경 마련을 위해 76개 학교에 ‘그린급식 바’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육식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입맛을 개선함으로써 육식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고, 아울러 육식 섭취가 어려운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육식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입맛을 왜 개선해야 하는지, 채소 등 식물 위주 식단도 탄소배출과 무관하지 않은데, 육식만이 문제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작년 4월부터 관내 모든 학교에서 월 2회 채식 급식을 제공토록 했다. 초·중·고교 23곳에 ‘그린 바’를 설치해 채식선택제를 시범 운영했다. 그린 바를 설치해 채식 식단만 따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보다 확대 시행한 것이 ‘그린급식 바’이다. 월별 시행 횟수와 메뉴는 학교별 예산과 영양교사의 재량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채소 위주 섭취 기회 제공에 그치지 않고, 영양교사 연구 동아리 모임을 추진하는 등 학교급식에 채식 확산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은 급식 메뉴가 싫으면 매점으로 달려간다. 싫은 반찬도 억지로 먹었던 과거와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급식도 억지로 먹이면 폭력이 되기 때문에 선생님도 강제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학교 현장에서는 채식하는 날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이 남는다. 다수의 영양교사는 “잔반이 평소보다 30%이상 급증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에도 역행하는 결과다. 점심을 간식으로 때운 학생들은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밤에 배가 고프면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을 찾는다. 오히려 탄소중립 실현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 성향을 고려한 정책이 아니기에, 그린급식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끝으로 축산업계는 그린급식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육식만을 선호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집과 학교에서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가 가능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채식을 강조하기 위해 육식을 폄하 하지 말아야 한다. 육식을 폄하하지 않고도 채식의 좋은 점을 홍보할 수 있다. 축산업계는 채식주의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먹을지, 채식만 먹을지는 본인의 몫이지만, 교육청이 나서서 인위적으로 육식을 폄하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성장기 청소년의 영양 섭취는 어른의 책임이 크다. 급식 정책 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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