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수입국 전환 우려…식량안보 위협

한판 ‘만원’…가격경쟁력 급락
식품·요식업계 등 대형 소비처
부담 줄이려 외국산 사용 확대

채란 업계 “전면 백지화” 주장
생산비 증가에 버틸 농가 없다
단계·차별적 시행 필요성 강조

산란계 사육면적이 확대되면 계란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산란계 사육면적이 확대되면 계란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목차
<상> 산란계, 얼마나 줄어드나
<중> 계란가격 급등 감당할 수 있나
<하> 가야 할 방향은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오는 2025년 산란계 사육면적이 마리당 0.075㎡로 확대될 경우 계란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매년 겨울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뿐 아니라 IB, 뉴모, 계두 등 소모성질병에 의한 산란율 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곡물가·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농가 경영환경마저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로 계란 생산량까지 줄어든다면 가격 급등을 막을 도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국내산 계란의 경쟁력 하락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육마릿수 감소는 곧 계란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만큼 가격경쟁력 하락은 물론 나아가 국내 식량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근간이다.
한 경기도 산란계농가는 “산란계 사육면적이 0.075㎡로 상향 조정된다면 계란 한판에 만원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 경우 대한민국은 계란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고병원성 AI로 계란값이 치솟았을 당시 정부의 주도 하에 태국산과 미국산 계란이 한국땅을 밟았고, 많은 제과·제빵 공장과 식당들이 외국산 계란으로 돌아선 사례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는 것. 또다시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이같은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식품업계와 요식업계는 원재료 가격변동이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계란가격이 오른다면 국내산 액란 대신 저렴하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외국산 계란분말로 대체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채란업계는 오는 2025년 산란계 사육면적 상향 조정을 전면 백지화하거나, 안된다면 차선책으로 단계적·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육면적 확대가 산란계농가뿐 아니라 국가적·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축산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도 산란계 사육면적을 마리당 0.042~0.043㎡로 권고하고 있다”며 “이보다 영토가 훨씬 더 작은 우리나라에서 마리당 0.075㎡를 적용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생산비는 늘어나는데 생산량은 줄어든다면 버텨낼 농가가 없다”며 “2025년 이후 고령의 소규모 농가들의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는 우리 채란업계가 반드시 막아야 할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특히 국내 채란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만큼 전면 폐지하거나, 단계적·차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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