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이나 큰일이 있으면 고향을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새벽에 일어나서 착유를 하고 늦은 아침을 하는 조카와 조카며느리의 모습을 봤습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와 같이 일을 하고 건초 쿼터가 부족해서 저에게 몇 번이나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전혀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기억과 설 명절에도 다른 조카들은 깨끗한 양복을 입고 부모님께 세배하는데 항상 작업복 차림을 하고 있었던 조카를 볼 때마다 내가 왜 낙농업을 권장했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러나 조카는 낙농인으로서 자부심이 매우 강했고 낙농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EU의 유기축산 실태와 선진낙농 현황 파악을 위해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낙농업을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낙농업을 폐업하고 유기 축산 형태의 산란계 사육업으로 전업을 하거나 부업을 하고 있었고 스위스의 목장들은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낙농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것이 낙농 목장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낙농 1세대들은 노령화되어 있고 후계자가 없어서 낙농 목장을 운영하지 못할 1세대 낙농가들이 60% 정도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수익이 많고 미래가 보장되는 분야라면 왜 낙농가 숫자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낙농 선진국이라는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상업 낙농은 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전 세계 3위라는 생산성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토면적을 가진 덴마크에 2019년 기준 2831 농가가 56만3000두의 젖소를 길러 농가당 199두의 젖소에서 연간 561만 톤의 우유를 생산하고, 두당 산유량도 유럽 내 가장 많은 연간 10,468kg에 유지율 4.32%, 유단백율 3.59%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덴마크 내에 연간 생산되는 우유 중에서 211만 톤은 유제품으로 만들어져서 해외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낙농업이 농업 분야에서 선두의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덴마크, 독일 등 유제품 수출을 많이 하는 선진국들의 유업체는 수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매우 큰 노력을 하여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낙농가들은 생산에 전념하고 유업체는 낙농가들이 생산한 원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변화시켜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을 통하여 낙농가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여온 것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낙농가에 대한 정책을 증산 위주에서 생산성 위주로 지원정책 변화를 추진합니다. EU 지역의 원유 쿼터 폐지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여온 것입니다. 
FAO에서 발간하는 Dairy Market review 2021년 6월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은 자료가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나라별로 낙농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캐나다(2020년 10월 비상 농장지원 기금을 설립하여 농장지원으로 COVID-19로 인한 경제적 영향에 대응하고 회복력 있는 경제 구축추진) △유럽 연합 (2020년 6월 회원국이 농민에게 최대 EUR 7,000(USD 7,881), 중소기업에 최대 EUR 50,000(USD 56,295)를 지불) △미국 (섹션 32 지원, 무역 완화 구매, CARES 법, Farmers to Families 푸드 박스 프로그램, 코로나바이러스 식품 지원 프로그램(CFAP)) 등 입니다. 
섹션 32는 1935년에 ‘잉여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예산 책정과 함께 도입된 메커니즘으로 2020년 5월, 미국 연방 정부는 도움이 필요한 미국 가정과 푸드 뱅크에 식품을 구매하고 배포하기 위한 유제품에 1억 2000만 달러를 포함하여 4억 7000만 달러 지원 승인 △콜롬비아(2021년 3월 우유 지원 가격 3.5% 인상) △멕시코(2020년 12월 2021 회계연도 가격 보장 프로그램의 운영 규칙을 발표하여 우유 1ℓ 가격을 멕시코 페소 8.20(약 USD 0.41)으로 설정) △터키(2021년 3월 국내에서 육류 및 우유 가격을 규제하는 정부 산하 기관인 육류 및 우유 위원회(Meat and Milk Board)가 최저 가격을 보장하기 위해 생산자로부터 직접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 등 입니다. 
모든 국가가 낙농 시스템 붕괴를 방지하고 유업체 대비 교섭력이 약한 낙농 농가를 위한 보호조치를 국가별로 시행한 것입니다. 올 여름 무더위 예보 따라 원유 부족 사태로 생산기반 붕괴 우려와 식량안보 차원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전문지 기사도 읽어보았습니다. 
낙농업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하여 우유를 생산합니다. 단위동물에 비하여 영양생리적으로도 복잡합니다. 조사료와 목장주인의 애정이 있어야 목장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1년 365일을 한결같이 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부터 추진되어온 낙농산업발전대책으로 낙농가와 정부 사이에 불편한 반목과 갈등이 있어왔습니다. 아마도 골이 깊게 패인 것 같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즉 정부는 축산업계 부모입니다. 어렵고 힘이들더라고 자식들의 의견을 듣고 자식의 입장에서 상담하고 혹시라도 의견이 틀린다면 인내를 가지고 대화와 설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들의 공복이지만 예산지원, 법이나 제도마련 등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산업이 빠르게 급변하고 있습니다. 낙농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낙농목장은 이러한 변화를 쫓아가기에도 힘이 듭니다. 스마트산업, AI 활용, 환경, 온실가스 등 모든 것이 낙농가 입장에서는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용은 먹고사는 문제 이외 추가적으로 비용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짧은 기간동안 낙농업 시작, 생산성 향상 등을 지나 안전, 환경, 동물복지, 소비자들의 눈높이 충족 등 선진국이 추구하는 다양한 현안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큰 과제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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