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하는 길 모색해야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변의 진리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실상 위기를 기회로 보는 ‘눈’을 가진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년간 국내 축산업계는 실로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업계 전반이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형국이다. 전체 4000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동물약품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동물약품협회(회장 신정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까지 금년 동물약품 판매금액은 2304억6555만9000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2429억6631만9000원보다 125억여원이 감소, 약 5.1%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역시 전체 시장에서 전년대비 25%의 매출감소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2년 동안 30%이상 매출이 줄었다는 추론이 가능,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위축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강화, 오히려 매출이 신장되고 있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동부한농화학(주) 동물약품사업부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6%성장,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린 국내 동물약품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동물약품사업부의 대표적 상품인 ‘동부파워킬’의 홍보강화에 주력, 제품 하나가 전체 매출액 신장을 거양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김학기 동물약품사업부장은 ‘동부파워킬’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풀이한다. “저희 동부한농이 추구하는 친환경적인 모토가 소비자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죠. 소비자와 연계한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그들의 요구사항과 불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소비자와 기업이 코드를 맞추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입니다.”
김학기 사업부장은 동물약품사업부장 외에도 유통사업부장을 비롯, 회사 전체에서는 ‘부사장’의 직함도 함께 갖고 있어 회사 내에서의 그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원래 농진청 식물환경연구소에 재직하던 중 75년에 한국농약(현 동부한농화학)에 입사, 근 30년 동안 ‘농약’이라는 한 분야만 외곬수로 팠었죠.” 그러던 차 그룹차원에서 유통사업부와 동물약품사업부의 강화 필요성을 절감, 김 부사장을 두 사업부의 적임자로 낙점한 것.
“현재 국내 동물약품업계는 장기간 지속된 축산 전체의 불황에다 가축질병의 다발생, 사료가격의 인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김 부사장은 이럴 때일수록 일부 외국계 기업처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가격 담합이나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등의 행위는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동부한농 동물약품사업부의 청사진을 이렇게 제시한다. “금년부터 우리 사업부는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뒷받침된 벤처기업과 연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연합,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구상, 현재 진행 중에 있다”며 일례로 전도 유망한 몇몇 중소기업을 선정, 화학물질이 아닌 천연광석 등의 자연재료를 이용해 질병 예방 및 치료까지 가능케 하는 사료 첨가제를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삽니다. 대기업의 하드웨어와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으로 뭉친다면 작금의 불황은 분명 더 나은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겁니다.”
몇 년째 불황의 터널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의 해답이 김 부사장의 지론속에 담겨 있기를 바란다. 조광형 기자 seman@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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