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형 치즈개발 경쟁력 충분합니다

 
“내얼굴을 가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거,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조옥향 회장은 목장내에 20여평 남짓한 공방을 짓고 그곳에서 갖가지 치즈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크림치즈 격인 마스까르 뽀네부터 네츄럴 타입의 스트링 치즈, 딱딱한 타입의 고다치즈와 김치찌게 등에도 어울리는 훼타치즈, 피자치즈인 모짜렐라 치즈까지.
국내엔 제조공정과 메뉴얼조차 소개된 적 없지만 목장유가공연구회 출범 이후 치즈 본토 고장인 유럽의 낙농현장 견학과 해외 전문가 초청 기술교육 등으로 조회장의 치즈 제조 실력은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우리의 우유 문화도 마시는 것에서 즐기고 음미하는 음식 문화로 충분히 다변화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먹거리에 대한 안정성 때문에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의 출처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생산과정의 투명화는 대량 생산 체계에서 출시되는 제품들과 뚜렷한 차별화를 가질 수 있습니다.”
조 회장은 특히 김치, 된장 등 어려서부터 발효음식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의 대표적인 발효식품 격인 치즈 등도 우리 입맛에 맞게 개발·보급하면 쉽게 친숙해 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금 세대들은 어려서부터 우유와 친숙한 계층들이죠. 최근의 웰빙붐과 저출산율에 따른 노인층 확대까지 건강을 주무기로한 농가형 치즈개발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럽형 치즈를 그대로 도입, 초기 실패를 맛본 일본의 실례를 거울삼아 한국형 치즈를 개발한다면 백전백승일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회장의 지론이다.
그러나 국내엔 조언을 구할 전문가도 없고 시설 설비조차 모두 해외에서 도입해야 하는 등 헤쳐나갈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 게다가 “그런걸 해서 뭐하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은 “이것만이 길이다”라는 조회장의 신념을 여러번 흔들리게 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 낙농가도 변해야 합니다. 소비가 급감하는 시유시장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젖짜는데만 급급한 착유공장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온겁니다. 큰 농업 테두리 안에서의 낙농을 고민하는 미래형 낙농가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은아목장의 유량성적이 각 개체마다 1만 kg을 훌쩍 상회하면서 낙농가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조 회장은 최근 9000∼1만 kg으로 산유량을 유지하며 대신 맛있는 치즈를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한 젖소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농가형 유가공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해요. 지금의 원유가격산정체계에선 좋은 치즈가 만들어지기 힘들고 농후사료 위주의 사양관리 체제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 할 수밖에 없어요.”
조 회장은 낙농가의 힘만으로 농가형 유가공산업을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시유소비층 확대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과 조사료포 확충, 아울러 대규모 농가 중심의 축산물가공처리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작업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우리 아이가 목장을 경영 할 때 어떤 환경을 만들어 줄까”에 늘 고민해 왔다는 조 회장은 해외 수제치즈 마이스터 초청 강연과 실습 등 다양한 연구회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우리 우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농가유가공사업이 정착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옥미영 기자 omy@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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