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축산자조금들이 바쁜 행보를 걷고 있다. 올해 초부터 농식품부가 지침개정을 이유로 자조금 승인을 지연시키면서 지난달 중순께야 사업승인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유자조금은 연초에 중단된 대행사 선정에 들어갔다. 이미 2월부터 준비한 대행사 선정을 상반기를 다 보내고서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제 대행사 선정을 하고 있으니 본격적인 사업은 다음 달이나 되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의 늑장 승인으로 상반기를 다 보낸 자조금들은 하반기에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업승인이 지연되면서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 했던 행사들을 이미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6월 1일 우유의날 행사가 대표적이다. 낙농업계는 UN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지정한 6월 1일 세계 우유의 날을 기념해 매년 국산 우유의 우수성을 알리고 각종 우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유의 날 기념행사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소비자들의 체험·참여 행사로 성대하게 치러졌으며, 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로 치러지는 등 정례행사로 자리 잡은 낙농업계에 손꼽히는 기념일이다. 이러한 행사가 사업승인 지연으로 올해 치러지지 못했다. 우유자조금은 사업승인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를 기획·준비할 수 없으므로 올해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예산이 편성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형태로 하반기에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하반기로 사업이 몰리면서 결산 전까지 사업을 마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실행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연중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업들이 서너달에 몰려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치러지는 것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어떻게 해서든 배정된 예산은 소요되겠지만, 그만큼의 효과나 성과를 얻을수있을까.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숫자상으로는 계획대비 알맞은 사업이 이뤄졌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지연의 원흉을 제공한 농식품부도 한결같이 보조금 예산을 남김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사업에 축소·변화가 있어도 다른사업에 추가 배정 또는 비율 조정으로 기 예산을 소진할수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역시 결과적으로는 정부 보조금을 적재 적소에 활용해 사업을 원만하게 추진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연 이렇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 걸까. 
결과만 놓고 보면 문제는 없지만, 매해 반복되는 승인 지연은 문제가 있다. 
이미 농식품부와 협의로 만든 사업계획을 대의원 총회에서 의결해 놓고도 이를 실행하기까지 통상적으로 2~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올해는 사업지침 개정으로 인해 수개월이 더 소요됐다. 
농식품부는 어찌 됐든 간에 예산은 소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문제가 없는 것처럼 치부하지만 현장에서는 반복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맛대로 수정하는 것도 모자라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결과만큼 그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보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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