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거리두기 완화
외식 증가‧단체급식 정상화
삼겹살 값 kg당 3만원 육박

원화 가치 하락 생산비 폭등
공급 과잉 가격 일시적 현상
팔수록 손실 폐업 줄이을 듯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외식 대표 메뉴인 삼겹살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 물가를 압박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합사료를 포함한 인건비, 기자재 가격이 함께 상승하면서 양돈장 경영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는 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단의 대책 없이 돼지가격이 하락할 경우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전국 양돈장 30% 이상 폐업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4일 삼겹살 1kg당 소비자 가격은 2만 8750원이다. 전년 동기(2만 5502원) 대비 12.7%(3248원) 올랐다. 한돈협회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식(돼지고기) 증가, 단체급식 정상화 등이 가격 상승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분석한다. 가격 상승 현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삼겹살뿐만 아니라 식당·일식·의류·화장품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 한돈 공급량 역대 최고

한돈협회는 PED 등 가축 질병 영향으로 돼지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것 아니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 “돼지 공급 마릿수는 전년보다 늘었다.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돈 공급량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돼지 도축마릿수는 올해 629만 마리로 평년 600만 마리, 2021년 625만 마리 대비 각각 4.8%, 0.6% 공급량이 많다.

올해 돼지 사육 및 도축 마릿수가 전년 및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등 공급 여력은 충분해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양돈장 경영난 심화 

한돈협회는 “최근 돼지 산지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농가 경영은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돼지 산지 가격 변화는 매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4월부터 8월까지 상승하고, 9월 이후 하락하면서 동절기에 최저 가격을 유지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과 유사한 추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가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 급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사료가격 추가 인상은, 양돈장 경영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우려된다.

 

# 국제 곡물 가격 급등

돼지 사료에서 옥수수는 가장 중요한 원료이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가격은 2배 이상 급등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은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곡물 가격이 추가로 올랐다.

양돈용 배합사료에 쓰이는 옥수수 가격은 2020년 12월에 1kg당 209원에서 2022년 2월 394원으로 185원이나 올랐다. 오는 9월에서 10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년여 만에 가격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 하반기 농가 줄도산 위기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사료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하반기에 적자를 견디지 못한 양돈장의 도산이 우려된다. 한돈협회는 “사료가격은 돼지 생산비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에 양돈용 사료가격이 30% 이상 올랐다”며 “사료가격 상승만으로도 돼지 한 마리를 키울 때마다 지난해보다 6만원씩 손해를 보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반기에는 돼지 생산비가 전년보다 10만원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이한 한돈농가는 일시적인 돼지가격의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돼지고기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환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5일 경기도 안성시 소재 도드람엘피씨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일부 국가의 식량 수출 중단 조치 등에 촉발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료 가격까지 연쇄적인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며 “정부 정책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추경을 통해 농가에 대한 특별사료구매자금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사료용 밀·옥수수 대체를 위한 겉보리·밀기울 할당 물량 증량, 식품·농식품 부산물의 사료 자원화 확대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자들은 여름철 더위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 주시고, 유통업자들은 물류 등의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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