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쟁력 강화 길 트였다

전통시장 불법 도축 근절
방역 사각지대 해소 기대
안정적인 유통 경로 확보
상인은 고정적 판로 구축

시장 대부분 도심에 위치
부지 확보‧폐수처리 난관
대형도축장과 같은 잣대
지자체 적극적 협조 절실

이동식 도계장인 ‘문경통도리토종닭’.
이동식 도계장인 ‘문경통도리토종닭’.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토종닭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토종닭 전문 도계장 구축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토종닭 전문 도계장들이 속속 운영에 돌입한데다 신규 도계장도 곧 허가가 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문정진 토종닭협회장은 “소규모·이동식 도계장은 토종닭농가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며 “소규모 도계장인 ‘조아라한방토종닭’과 이동식 도계장 ‘문경통도리토종닭’의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문 도계장 왜 필요한가
토종닭 전문 도계장인 소규모·이동식 도계장은 전통시장에서 행해지는 불법 도축행위 근절을 통한 방역 사각지대 해소가 목적이다. 
농가는 안정적인 유통경로를 확보하고 유통상인은 고정적인 판로를 구축할 수 있어 토종닭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3kg 이상의 닭을 연간 30만 마리 이하로 도축·처리하는 자’에 대해 도축시설을 조정하거나 일부 시설을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이동식 도축장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농식품부 역시 토종닭 전문 도계장의 필요성을 인식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편성해 추진 중이다.


# 이동식·소규모 3곳 운영 중
‘한국축산혁신협동조합’이 국내 최초로 지난 2018년 경기 성남 소재에 이동식 도계장을 설치해 매년 10만 마리 이상을 꾸준히 도계하고 있다.
경기 안성 농업회사법인 ‘조아라한방토종닭’이 지난 2019년 7월 제1호 소규모 도계장으로 인증 받은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경북 문경 소재 농업회사법인 ‘문경통도리토종닭주식회사’가 민간 주도 이동식 도계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들 도계장의 도축실적은 현재 월 300여 마리로 적은 수준이지만, 일반 도계장에서 도축하기 어려운 가금류 도계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점차 도축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 창녕 소재 ‘정도축산’이 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김봉윤 정도축산 대표는 “현재 도축장 건축과 외부시설 공사를 끝냈고 내부 도축시설을 공사하고 있다”면서 “올여름에는 토종닭 전문 도계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충남 소재의 모 업체가 토종닭 도계장 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풀어야 할 숙제 산적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토종닭 전문 도계장 확대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시장이 대부분 도심에 위치한 까닭에 관련 법안에 발목이 잡혀 부지 확보와 폐수 처리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한 소규모 도계장이라 할지라도 ‘도계장’이라는 명칭이 붙다 보니 대형 도축장과 같은 잣대를 적용받아 행정절차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도축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지자체의 비협조도 이유 중 하나다. 도축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주민 반대의 벽을 넘기 힘든데다, 지방비가 들어가는 까닭에 사업 자체를 꺼려하는 지자체들도 일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지 확보와 폐수처리시설 설치가 끝이 아니다”라며 “주민 공정회 개최와 군·도시개발 심의회 의결 등 사전 절차가 까다로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종닭협회 담당자는 토종닭 전문 도계장 구축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자체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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