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새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6일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국회 정문 앞에서 ‘농업분야 추경안 졸속편성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7차례 코로나 추경과 비교했을 때 기후위기 대비 물관리 사업 및 농어업 R&D 등 국회 농해수위 소관기관의 핵심사업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예산 삭감안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농업협동조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정부 역할 떠넘겨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농해수위 소관 2부3청 코로나 추경예산 반영 현황’자료에 따르면 총 4930억원의 예산이 삭감될 예정이다. 
기관별로는 해양수산부가 2189억원으로 감액 규모가 가장 크고, 농식품부가 2132억원으로 그 뒤를 따른다. 
삭감 사업들에는 기후위기 대비 물관리, 종자 및 수산물 수급 등 농어업 분야 핵심 R&D사업, 재해대책 사업 등 한국 농어업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핵심사업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서삼석 의원은 “새정부 추경안이 확정될 경우 2022년 본예산 기준 2.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가 전체 대비 농식품부 예산비중은 2.5%까지 쪼그라들어 역대 최저치 기록을 다시한번 갈아치우게 된다”고 밝혔다. 
새정부 추경안의 농어업 분야 삭감은 지난 정부의 코로나 추경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큰 규모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 첫 발생 이후 2022년 1월까지 문재인 정부기간 7차례의 추경안이 편성되는 동안 농해수위 소관 2부 3청 예산은 899억원이 증액됐다. 
2020년에는 2152억원이 감액되었지만 2021년 1차인 3월 추경에 농수축산림인 재난지원금이 편성되는 등 총 3051억원의 농어업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결과였다.   
이번 추경예산에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센 것은 비단 삭감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민간기업 형태를 띄고 있는 농업협동조합에 책임을 떠넘겨서 결국 농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비료가격이 동반 폭등하자 인상분을 지원하기로 하고, 분담률을 정부 30%, 지자체 20%, 농협 30%, 농업인 20%로 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정부 부담을 10%로 줄이면서 농협에게 60%인 3600억원을 부담하게 했다. 
이번 추경예산안대로라면 2022년 ‘무기질비료 가격 안정지원’ 총 사업비 6000억원 중 정부는 단지 600억원에 불과하며, 농협은 이전보다 대폭 상향된 1800억원의 초과 지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가 농민을 상대로 이렇게 말을 바꾸며 사기(?)를 쳤다는 점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은근슬쩍 협동조합에 떠넘기면서 그것을 협동조합의 역할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추경안을 두고 농업계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향후 5년 간의 농어업 정책의 기조와 철학에 우려를 나타내는 반응들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추경안에는 사료값 폭등에 따른 대책 역시 미흡하다. 

 

근본 대책을 세워라


기후위기와 코로나로 인한 물류대란 등으로 상승하던 국제 곡물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수직상승했다. 가히 폭등이다. 그 영향으로 식자재 가격도 크게 올랐다. 
국내에서 기르는 가축들에게 급여되는 배합사료는 주로 수입 곡물을 사용해 생산된다. 연간 1200만톤 가량을 수입하는 옥수수의 경우 1000만톤 이상이 사료로 쓰인다. 해외곡물 시장정보에 따르면 그 옥수수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43% 상승한 톤당 341달러다. 대두 역시 14% 오른 639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옥수수는 가축들의 먹이인 배합사료에 쓰이는 경우가 많아 축산물의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돼지사료 원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료용 옥수수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에 해외 곡물가격의 상승은 온전히 사료비로 전가돼 농가 생산비를 끌어올린다. 
현재 전체 축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해외 곡물가격의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료가격은 2020년 대비 22.1% 상승했다. 때문에 이로 인한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예산안에는 배합사료 구매자금 융자 시 이차보전 예산은 달랑 63억원 지원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가격 할인을 위한 예산 지원은 제외함으로써 도대체 농축어업에 대한 새정부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렇게 되면 물가 불안의 충격을 무엇으로 완화시킬지 안 봐도 뻔하다.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이 다시 재등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2008년 밀가루부터 달걀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52개 주요 생필품을 관리대상으로 선정했던 ‘MB물가지수’가 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물가가 오르는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의 불안을 모면하기 위한 전략은 정책이 아니다. 
외국산 축산물 가격 역시 상승하고 있어 이제는 단순히 수입으로 만으로 해결되기도 어렵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다. 포괄적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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