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선 예방과 발생시 즉각 신고가 관건

 
가축질병이 또 한차례 우리 축산농가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축산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를 이끌고 있는 정영채 본부장과의 특별인터뷰를 통해 국내 가축질병방역 전반을 점검해 본다.
다음은 정영채 본부장과의 일분일답이다.

-가축질병이 또 한차례 우리의 축산농가들에 큰 시련을 안겨줬고 축산기반을 뒤흔든 사태로 몰고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축질병 방역의 중요성이 재삼 강조됐습니다. 가축질병,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요.
▲가축질병이란 가축과 병인체, 사양관리와 환경 등 여러 요인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가축에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동적 진행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발생원인은 물리적 요인·화학적 요인·사회적 요인 그리고 미생물 등에 의한 생물학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전염경로는 직·간접 접촉과 생물학적 매개체에 의한 수평전파와 모체로부터 태아에 감염되는 수직전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축방역은 위와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을 제거하거나 전염경로를 차단하여 미생물학적 인자 등에 의한 감염 및 전파를 예방관리 함으로써, 사람과 가축의 질병으로부터 고통과 피해를 사전에 방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축전염병의 종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143종으로 분류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거 62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중 1종 가축전염병 15종(OIE List A)은 구제역·돼지콜레라·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뉴켓슬 등 악성가축전염병으로서 국가방역차원에서 중점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경방역에 철저를 기하여야 할 것이며, 국내 방역은 병원성 미생물의 매개체가 되는 수입조사료(소의 구제역)나 잔반사료(돼지콜레라 등)의 무분별한 사용을 금지하고, 농장 내 사람과 차량의 출입통제는 물론 축사 내·외부와 차량·장비에 대한 정기 및 수시 소독으로 차단방역을 실시하여야 하며, 건강한 개체의 면역력 증강을 위한 영양사료 급여와 필요시 예방접종 대책 등을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결국 전염병의 발생은 ①병원(인)체 ②보균자 ③숙주(동물)로부터의 병원체의 탈출 ④매개체 ⑤새로운 숙주로의 침입 ⑥감수성이 있는 새로운 숙주 등 6개 요인의 연쇄(chain)로 진행되는데 이들 연쇄가운데 질병에 따라 어느 연쇄를 차단하는 것이 방역에 효율적이냐를 판단하여 방역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가금인플루엔자 발생과 확산 방역과정에서도 방역체계의 허술함과 초기대처의 문제점이 지적됐습니다. 민간방역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현 방역체계상에 미흡한 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요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하며, 모든 조류에 감염되나 주로 닭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급성가축전염병으로서, 작년 12월10일 충북음성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생되어 양계·오리농가에 막심한 피해와 불안을 주게 되어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가금인플루엔자는 충북 음성·충남 천안·전남 나주·경북 경주 등 농가에서 15건(오리 8, 닭 7)이 각각 양성으로 확인되어 살처분·매몰되었으며, 그동안 방역당국에서는 확산을 방지하고자 발생지역 닭·오리의 조기 살처분은 물론 위험지역(발생지역 반경 3㎞)안의 닭·오리 전 수수 살처분·매몰, 오리알·달걀 전량 폐기 그리고 바이러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분변의 이동금지 등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시행한 결과, 금년 들어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어, 호주·이태리 등 외국에 비하여 조기종식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면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가축방역상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질병발생 신고로서, 관내 동물병원의 진료 수의사가 처음 발견하여 뉴켓슬병 등 호흡기 질병과 감별진단 등 정밀검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수의과학검역원에 신속히 정밀진단을 의뢰한 것은 본 질병의 초동방역에 크나큰 기여를 하였다고 본다. 다만, 일부 언론의 조류독감 제하의 기사를 통하여 홍콩의 조류독감 예와 같이 사람에게 전파된다는 등의 무분별한 보도는 양계·오리 농가는 물론 온 국민을 불안케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축산경기 불황 속에 닭고기·오리고기 소비마저 크게 줄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홍콩에서 사람에게 전파되었다고 보도된 일명 조류독감은 양계장의 종업원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었다고 하며, 닭고기·오리고기는 익혀 먹으므로 식용으로는 감염예가 보고된바가 없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가금인플루엔자의 인체독성여부는 현재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에서 병성감정 중에 있습니다.
따라서 발생초기 긴급방역 업무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보며, 인체에 감염위해성 문제로 군부대병력 등의 투입이 늦어진바 있으나, 발생농장을 비롯한 위험지역은 발생즉시 시·군 가축방역관과 방역본부의 방역요원이 살처분 매몰·소독등 긴급방역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군부대 동원병력 등은 경계지역 내 비발생 농장에 투입된바 있습니다.
위와 같이 방역대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하여 경험이 많은 일선 방역인력의 부족 등에 의한 다소의 애로는 겪고 있으나 방역체계의 허술함과 초기대처의 문제점 등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역학적 대처의 수순 그리고 외국의 예 등을 고려하여 보면 오히려 방역의 신속한 대처로 성공을 거두어 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인력이나 조직, 장비 등은 선진국에 비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99.4월 "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로 창립되어 '00.6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로 확대·개편되었고, '03.6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어 설립근거와 기능역할 및 예산지원 근거 등 명실공히 국가방역업무보조와 민간방역의 선도주체로서의 법적·제도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방역본부는 현재 강동구 성내동(농협 서울지역본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직은 8개 도본부와 38개 출장소에 212명으로 구성되어 전국적으로 방역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방역장비로는 방역차량 79대와 동력분무소독기 86대 그리고 휴대용 분무소독기 177대를 확보하여 방역요원 개인방역과 농가 방역 소독지원 활동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호주·EU등 국가는 민간방역 업무의 기능과 업무량에 상응한 조직과 인력·장비 등에 대하여는 축산의 발전과정과 축산경영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해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도 앞으로 방역본부의 기능과 업무확대에 따라 필요한 조직이나 인력·장비 등을 확보해 나가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국가차원의 방역, 지자체 차원의 방역, 민간 방역 전담기구 등의 방역체계가 아무리 완벽하게 확립돼 있다해도 축산현장의 최일선이라 할 수 있는 축산농가 단위 방역이 허술한 경우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축산농가들의 가축질병 예방이나 방역에 대한 인식이나 수칙 준수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계신지요.
▲우리나라는 2000년 소의 구제역 발생에 이어 2002년 돼지의 구제역 발생, 전국적으로 돼지콜레라 예방접종 중단이후 연이은 재발생 그리고 최근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 발생 등 제1종 가축전염병의 수난 속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함께 축산의욕마저 상실하는 아픔을 겪고 있으나, 반면 축산농가들의 가축질병 방역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정부에서는 2002.12.26자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전면 개정하여, 가축의 소유자에 대한 방역의무를 강화하였으며 일정규모이상의 축사와 축산관련 시설에 대한 소독의무를 부과하고 농장별 질병관리 등급부여와 국경검역강화 그리고 벌칙강화 등 법적·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어, 의사가축전염병 발생시 신속한 신고와 이동통제 및 감염축의 살처분 매몰 등 투철한 방역인식과 근절의지를 가지고 양축농가와 관련기관단체 모두가 합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소규모 영세축산농가와 중간상인들의 방역수칙 이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평상시 도축장과 분뇨운반차량·생축운반차량 등에 대한 소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그리고 야생동물 등에 대한 방역통제의 어려움은 가축방역상 허점이기도 합니다.
축산물의 위생이나 방역이 철저히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각 축종에 따른 사육두수를 비롯하여 번식, 이동, 도살 등 가축의 현황파악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등록제나 쿼터제 등의 정책도입·실시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일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축산농가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민간방역의 중심에 있는 방역본부의 올해 주요 활동목표와 계획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가축전염병 제9조 규정에 의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기능과 역할은, 단기적으로 주요 가축전염병 방역을 위한 민간방역의 주체로서 국가방역업무를 적극 보조하여, 가축질병 정밀검사를 위한 채혈과 예방접종·소독지원 및 교육·홍보사업을 실시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수행하고, 장기적으로는 축산물의 위생검사 업무와 가축방역사·축산물검사보조원의 교육과 양성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가축방역의 당면 과제는 첫째, 구제역 재발방지와 '02.11.29 회복한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는 일이며, 둘째는 돼지콜레라 근절대책 5개년 계획을 착실히 추진하여 청정국 조기획득으로 대일본 돈육수출을 재개하는 길입니다.
셋째는 소광우병의 유입방지와 전파경로를 차단하여야 하며, 넷째는 돼지오제스키병과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 그리고 뉴켓슬병 등에 대한 근절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방역본부의 운영목표는 민간방역의 주체로서 국가방역업무를 적극 보조하여 예찰을 강화하고, 생산자단체 중심의 민간자율방역 선도와 교육·홍보 등 방역활동을 지원하는 것 등입니다.
'04년 주요 사업계획은 평상시 양축농가의 방역실태를 점검하여 가축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예찰활동을 강화하며, 주요점검대상 질병은 구제역·광우병·돼지콜레라·돼지오제스키병·닭뉴켓슬병·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 등으로서 농장별 정밀 혈청검사를 위하여 소·돼지·닭별로 채혈을 확대 실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악성가축전염병 발생시 긴급 동원하여 예방접종과 농가소독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정밀혈청검사를 위한 채혈과 가검물 채취 활동 그리고 이동통제 및 살처분 매몰 등 긴급방역업무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특히 돼지오제스키병은 양돈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만성 경제적 소모성 가축전염병으로서 최근 양성율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바, 국내사육 전돈군에 대한 모니터링 검사와 양성 돈군에 대한 예방접종 및 도태 등 근절대책을 농림부와 협의하여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가축방역 교육 및 홍보강화를 위하여, 축종별 양축농가에 대한 순회교육과 도별 가상악성가축전염병 모의훈련(CPX)지원 그리고 방역위생정보지(월2회 각 2만5천부 발행)를 통한 방역홍보를 지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밖에 방역본부의 조직보강과 민간방역 활성과 추진을 위하여 인력보강 및 조직운영체계 개선으로 동원태세를 확립하고, 중장기적으로 방역위생관리 사업을 확대 추진하며, 민간방역 활동평가와 향후 발전 및 보완대책 등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장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정희 기자 penergy@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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